[단독] 마르팡 증후군 이겨낸 하경민 현역 은퇴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2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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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민. 사진제공|KOVO
하경민. 사진제공|KOVO
국가대표 출신 센터 하경민(35)이 은퇴한다.

하경민은 2016~2017시즌까지 삼성화재에서 뛰었다. 시즌 후 삼성화재와 결별했다. 받아줄 새 팀을 찾아봤지만 기다림은 하염없었다. 결국 하경민은 은퇴를 결정했다. 28일 하경민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 은퇴라고 생각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배구 인생이었다. 현대캐피탈에 입단했고, 국가대표로 뽑힌 탄탄대로의 배구인생이었다. 이 시절, V리그 1경기 11블로킹 기록도 그의 것이다.

2009~2010시즌 후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르팡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그의 배구인생을 덮쳤다. 심장 혈관 기능에 장애가 드러났다.

완치는 없는 병이었다. 그러나 관리만 잘 받으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도 받았다. 그럼에도 병명이 알려지자 세상이 그를 바라보는 눈길이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생각과 무관하게 은퇴기사마저 나왔다. 한국전력에서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그렇게 배구인생의 고비에 홀로 섰다. 세상을 알수록 배구가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배구밖에 모르고 산 인생이었는데 세상과 격리된 심정이었다. 여기저기 “난 은퇴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았다.

이렇게는 그냥 물러날 수 없겠다는 막연한 각오가 이뤄진 것은 대한항공의 도움 덕분이었다. 건재를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 그러나 하필 시즌 중 접촉사고가 났다. 하경민의 과실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사고의 여파로 혈관 수술을 다시 받아야 했다. 대한항공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그래도 힘들 때 손을 내밀어준 감사함이 더 컸다.

이제는 배구를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런데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화재였다. 고마워서라도 잘해서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의욕이 앞섰는지 KOVO컵을 앞두고 발목을 다쳤다. 회복은 더뎠다. 그만할 때가 됐다는 마음이 이때부터 생겼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은퇴 후 계획은 미정이다. 하경민은 “대책은 없는데 이상하게 불안하지는 않다”고 웃었다. 은퇴를 결심한 하경민은 홀가분하다. “배구선수로서 이뤄본 것이 많다. 은퇴 시기도 적절한 것 같다.” 하경민은 남들이 강제로 시키는 은퇴가 아니라, 그 스스로 물러날 때를 정했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은퇴는 존엄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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