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몸일으키기 1분에 45회… 김지현, 그린의 ‘근력 여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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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승 급부상 비결은 엄청난 근육훈련
美서 두달간 강훈 하면서도 체중은 늘어… 월등한 ‘꿀벅지’ 덕에 비거리 늘고 스윙 안정

새로운 필드의 최강자로 떠오른 김지현(26·한화)이 대회 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골프장 한구석에 주차된 한화 골프단 투어밴이다. 이 차량은 온갖 운동 기구를 갖춘 ‘움직이는 헬스클럽’. 보유한 운동기구 값만 해도 1000만 원이 넘는다. 김지현은 “시즌 때도 1주일에 5일 정도는 근력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헬스장 개근생 김지현은 18일 끝난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비롯해 최근 8개 대회에서 3승을 거뒀다.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후 지난해까지 무관에 그치다 이번 시즌 다승과 상금(약 5억8000만 원)에서 모두 선두에 나서며 어느새 ‘대세’로 주목받고 있다. 김지현은 “등과 코어 근력을 보강하면서 샷도 좋아졌다. 통증이 풀리고 스윙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를 본다”며 근력 운동 예찬론을 폈다.

김지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두 달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당시 동행한 한화 골프단 송우형 트레이너는 “골프 선수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년 농사가 결정된다. 김 프로는 하루 두 시간 가까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려 체력과 근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지난 몇 년 중 가장 많은 땀을 흘렸다. 평균적인 골프 선수보다 20% 더 무거운 헬스 기구를 쉽게 들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때 김지현은 고된 스케줄에 따른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해 닭 가슴살, 고구마, 감자, 파스타 등 단백질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하루에 5끼니를 먹었다. 그러다 보니 근육량이 늘면서 체중도 3kg 가까이 늘었다.

김지현은 단단한 하체 근력을 바탕으로 안정된 샷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레그 프레스‘라는 운동기구를 활용해 하체 근력을 단련하고 있는 김지현. 한화골프단 제공
김지현은 단단한 하체 근력을 바탕으로 안정된 샷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레그 프레스‘라는 운동기구를 활용해 하체 근력을 단련하고 있는 김지현. 한화골프단 제공
초등학교 때 쇼트트랙 선수를 했던 김지현은 하체 근육 사이즈가 다른 선수보다 월등히 크다. 어릴 때부터 쌓은 운동 경험을 통해 고되고 지루한 근력 운동이 몸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통해 비거리가 15야드 이상 늘었으며, 스핀이 많이 걸리는 아이언 샷은 명품이라는 찬사까지 듣는다. 김지현의 트레이닝을 조언했던 홍정기 차의과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하체근 기능 수준은 탁월하다. 특히 하체의 최대 근력은 다른 일반 선수들에 비해 100파운드가량 높게 나타났다. 하체 근력이 좋으면 라운드 시 관절의 안정성을 높여 일정한 스윙을 유지하게 해 퍼포먼스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꿀벅지’가 상승세의 비결이라는 의미다.

최근 김지현은 밸런스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고무줄이나 공 등 소도구를 활용해 몸의 균형을 잡고, 스트레칭으로 몸에 쌓인 피로를 풀고 있다. “날이 더워지고 있고, 대회가 워낙 많다 보니 부상 방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슬슬 방전 신호가 오고 있어 다시 채워야 해요. 쉴 때 확실하게 쉬고 운동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요.”

오랜 무명 세월을 견뎌내고 화려한 꽃을 피운 김지현은 “마음을 비우다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웃었다. 욕심은 버렸지만 김지현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채워져 있었다.

한편 김지현은 22일 안산 아일랜드CC에서 개막하는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 출전해 3연승에 도전한다. 국내 투어에서 3주 연속 우승은 박세리(1996년), 김미현(1997년), 서희경(2008년) 이후 9년째 나오지 않고 있는 대기록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골퍼 김지현#김지현 근력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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