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28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흐뭇하게 웃으며 이 같이 말했다. 직접 배팅볼을 던지며 타자들의 훈련을 돕느라 땀범벅이 된 김해님(42) 불펜코치를 가리키며 던진 한 마디에 덕아웃의 분위기가 확 밝아졌다.
김 코치가 ‘김해커 코치’가 된 사연은 이랬다. 이날 NC 선발투수는 에릭 해커였다. 해커는 이날 전까지 한화를 상대로 통산 15경기에 등판해 7승2패, 방어율 2.77(94.1이닝 29자책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 1.12를 기록한 천적. 구위가 뛰어난 데다 멈춤 동작이 다소 긴 해커의 독특한 투구폼은 상대 타자가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한다. 김 코치가 해커의 독특한 투구폼을 최대한 따라하며 배팅볼을 던진 이유도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김 코치의 배팅볼을 받아치는 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결과적으로 ‘김해커 코치’의 전략은 통했다. 한화 타자들은 이날 해커를 상대로 4점을 뽑아냈고, 팀은 8-1로 승리하며 2연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김 코치에게 “배팅볼 훈련이 통했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타자들이 잘 쳐준 덕분이다”고 공을 돌렸다.
2군 투수코치로 올 시즌을 출발한 김 코치는 김성근 전 감독의 사표가 수리된 다음날인 24일부터 한화 1군 불펜코치로 합류했다. 1군의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바쁘게 움직이며 훈련을 돕고 있다. 온몸이 땀범벅이 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대행도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며 훈련을 돕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선수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직접 훈련을 도와주시니 선수들도 힘이 난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뛰게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