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율, 1373일 만에 감격의 선발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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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김사율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1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김사율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진훈 전 kt 단장은 주축 선수들에게 친필로 카드에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써서 선물했다. 투수 최고참 김사율(37)에게 선물한 카드에는 ‘고목생화(枯木生花)’가 써 있었다. 하필 전 선수단과 많은 취재진이 있던 자리에서 김사율의 카드는 공개됐다. 아무리 응원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해도 베테랑 선수를 말라죽은 나무로 비유한 것이 민망해 취재진 사이에서 헛기침이 나왔다. 김사율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 때 2점대 방어율과 34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였던 김사율은 2015년 kt로 이적해 승패 없이 방어율 8.06으로 부진했다. 2016시즌도 매끄럽지 못했다. 1군에 25경기 출전해 1패 1세이브 1홀드 방어율 5.34를 기록했다.

롯데에서 마무리 투수로 주장을 맡을 정도로 선수단 내 신망이 두터운 리더지만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줄어만 갔다.

그러나 2017년 김사율은 선발투수로 변신하며 선수생활 황혼기 투혼의 역투를 보여줬다. 선발진이 붕괴된 상황에서 kt 김진욱 감독은 퓨처스에서 1개월 동안 선발변신을 준비한 김사율을 주목했다.

21일 위즈파크 넥센전에 선발 등판한 김사율은 5이닝 동안 7안타 1볼넷 2삼진 3실점으로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김사율의 선발등판은 무려 1095일 만이었다. 선발승은 무려 1372일. 10시즌 이상을 볼펜투수로 던진 그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넥센 타선을 관록이 절로 느껴지는 정교한 투구로 승부했다. 최고 구속은 141km로 빠르지 않았지만 포심 패스트볼은 137km 이하 공이 하나도 없었다.

kt 타선은 2회말 유한준이 만루홈런을 터트리는 등 1~4회에만 12점을 올리며 베테랑 투수를 응원했다. 프로 19년차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사율이지만 이날 마운드에서 표정은 마치 또 한번의 데뷔전을 치르듯 진중했고, 그 집중력으로 팀의 6연패를 막는데 큰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김진욱 감독은 “팀이 연패 중인 어려운 상황에서 김사율이 베테랑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김사율은 “오랜만에 선발승의 의미보다 팀 5연패를 끊는데 보탬이 됐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경기 전부터 동료들이 응원해줘 즐겁게 마운드에 섰다. 타자들에게 고맙다. 앞으로 팀에 꾸준히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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