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파이터 노재길의 로킥…영 파이터 뺨치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4일 05시 45분


노재길(오른쪽). 사진제공|FEG KOREA
노재길(오른쪽). 사진제공|FEG KOREA
격투기 국가대항전 ICX에서 링 복귀
한일전 판정승 “많은 응원 감사하다”

“저 같은 옛날 선수를 이런 자리에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40세가 가까운 선수는 관계자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의 매치에서 승리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린 그의 뒤편에는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지난달 격투기 국가대항전 ICX(International Championship of Xtreme Fighting)를 통해 화려한 복귀전을 치른 K-MAX 노재길의 이야기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은 K-1 열풍에 빠졌었다. 한국식 입식 격투기를 표방한 K-1은 최홍만 등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인기 몰이를 하며 스포츠 이슈의 중심에 섰다.

노재길 역시 그 중심에 있었다. 2006년 김판수와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격투기 무대에 진출한 노재길은 킥복싱과 무에타이를 기본으로 한 공격적인 플레이로 마니아층에게 K-MAX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K-1이 휘청이며 노재길의 입지도 불투명해졌다. 결국 노재길은 선수 생활을 정리한 뒤 수도권에 개인 체육관을 운영하며 지도자로 변신했다. 특히 무에타이는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맡으며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노재길은 항상 링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링을 그리워하던 노재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노재길이 속한 국내 입식 격투기 단체 더 칸이 격투기 국가대항전 ICX에 참여하면서 노재길의 파이터로의 복귀가 결정된 것이다. 한일전이란 부담감이 있었지만, 노재길은 후배들과 묵묵히 땀 흘리며 대결을 준비해왔다.

1·2차전 한국 대표 파이터들이 승리하며 노재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특히 한일전이 띄는 특유의 성격 때문에 노재길의 부담은 가중되었다.

경기 초반부터 노재길은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경기 중반 상대 공격에 수세에 몰리기도 했지만, 오른발 로킥을 상대 왼쪽 다리 허벅지에 꽂으며 포인트를 올렸다. 노재길의 펀치와 로킥 콤비네이션이 위력적이었다. 결국 노재길은 4라운드에 상대에게 한 차례 다운을 얻어내며 3대0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대회가 끝난 뒤 만난 노재길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노재길은 “오랜만의 경기라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에 동작과 호흡이 급했던 것 같다. KO를 빼앗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실수가 많이 나왔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오랜만에 복귀전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남겼다. 노재길은 “한국 팬들의 응원에 대한 부담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잊혀진 선수였는데 큰 무대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이런 무대가 많아져 후배들도 좋은 여건에서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보람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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