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이재은, 데뷔 12년차에 찾아온 봄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9일 05시 30분


KGC인삼공사 이재은. 스포츠동아DB
KGC인삼공사 이재은.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KGC인삼공사의 주전 세터는 이재은(30)이다. V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세터 김사니(IBK기업은행), 이효희(도로공사) 등과 비교하면 다소 생소한 이름. 그러나 알고 보면 어느새 데뷔 12년차의 베테랑 세터다. 팬들의 기억에서조차 잊혀져가던 그였기에 다시 찾은 주전 세터 자리가 매우 소중하다.

이재은은 2005~2006시즌 1라운드(전체 4번)에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유망주 세터로 평가받았지만, 긴 무명시절을 거쳐야 했다. 2006~2007시즌까진 단 한 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2008~2009시즌부터 조금씩 출장기회를 늘렸고, 2010~2011시즌 처음 한 시즌 1000개 이상의 토스를 기록했다. 이재은이 최윤옥을 밀어내고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은 시즌이기도 하다. 이후 3년간 도로공사의 야전사령관은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한 번 토스워크가 흔들리면 멘탈(정신력)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탓에 경기를 그르치기 일쑤였다. 자신감도 점점 떨어졌다. 2013~2014시즌을 앞두고는 차희선(은퇴)과 트레이드돼 KGC인삼공사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트레이드 후에도 2시즌 동안 33경기 출장에 그쳤다. 2015~2016시즌에는 발목 부상 탓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KGC인삼공사 이재은. 사진제공|KOVO
KGC인삼공사 이재은. 사진제공|KOVO

올 시즌은 이재은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세터였던 한수지의 센터 변신에 따라 꿰찬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세트 부문 3위(세트당 10.200세트), 서브 부문 5위(세트당 0.243)에 오르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총 1933개의 토스 중 범실이 7개뿐이다. 안정감이 생겼다. 한 배구인은 “이재은의 토스워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며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한 데다 동료들도 많이 도와준 덕분에 자신감을 찾았다.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세터와 외국인선수의 호흡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공격점유율이 가장 높은 외국인선수가 세터의 토스에 불만을 드러내면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 점에서 알레나 버그스마는 이재은에게 최고의 조력자라는 평가다. 실제로 세터의 토스가 좋지 않을 때도 “내 탓이다”며 기를 살려주는 알레나의 인품도 이재은의 부활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다 보니 한수지, 최수빈 등 다른 공격수들과 호흡도 척척 맞는다. 서남원 감독도 승리를 거둘 때마다 “이재은이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이만한 동기부여가 없다. 이재은이 데뷔 12년차에 배구인생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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