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코리안리거 결산, 창대한 시작 미약한 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5시 30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창대한 시작에 비해 끝은 너무 미약했다. 2016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의 좁은 문을 두드린 한국 국적 선수는 총 8명에 달했다. 텍사스 추신수(34)를 비롯해 LA 다저스 류현진(29)과 피츠버그 강정호(29)가 지켜온 코리안 메이저리거 계보에 미네소타 박병호(30), 볼티모어 김현수(28), 세인트루이스 오승환(34), 시애틀 이대호(34)가 가세했다.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운 LA 에인절스 최지만(25)도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끝에서 웃은 선수는 오승환과 김현수 뿐이었다. 한국야구의 프라이드를 어깨에 걸고,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쏟았지만 낯선 환경에서 야구가 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285만 달러에 달하는 포스팅 금액에서 실감되듯 ‘KBO 홈런왕이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인가’를 놓고, 가장 집중적 관심을 받았던 박병호는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손목수술 탓에 8월에 시즌아웃이 됐다. 박병호는 홈런 비거리와 타구속도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로 강력한 임팩트를 발휘했으나 삼진(80개)이 많았고, 득점권 타율(0.115)에서 취약점을 남겼다. 결국 박병호는 6월29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끝으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다시 콜업되지 못했다.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박병호와 반대로 김현수는 극적인 반전스토리를 써냈다. 최악의 시범경기(타율 0.178)까지만 해도 김현수는 볼티모어의 마이너행 압박에 시달렸다. 마이너 거부권을 행사해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남은 김현수는 처음에는 출전 기회마저 제한 받았다. 그러나 고진감래 끝에 기회를 잡은 뒤 놓치지 않았다. 타율 0.302(305타수 92안타)를 기록했고,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까지 경험했다. 그러나 우투수(타율 0.321)에 비해 좌투수(18타수 무안타)에 극단적으로 약한 과제도 남겼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오승환은 해외 원정도박 징계와 악화된 여론 탓에 KBO와 일본리그에서 뛰기 어려웠다. 출구는 메이저리그였는데 내셔널리그(NL) 강팀 세인트루이스에서 셋업맨으로 출발해 마무리까지 승격됐다. 76경기에 등판해 6승3패 19세이브 방어율 1.92의 ‘끝판대장’다운 위용을 뽐냈다. 79.2이닝에서 삼진을 103개(볼넷 18개)나 잡아냈다.

오승환처럼 일본야구를 평정하고 꿈을 좇아 미국으로 간 이대호는 시범경기 활약으로 스플릿계약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빅리거가 됐다. 시즌 들어가서도 플래툰시스템의 제약 속에서도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을 올렸다. 2016시즌 후 시애틀과 결별한 이대호를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오승환, 이대호와 함께 한국야구 황금세대인 1982년생인 추신수는 또 ‘부상의 덫’에 걸렸다. 왼손목 골절로 8월16일 오클랜드전 이후 10월1일 탬파베이전에 복귀할 때까지 긴 공백을 겪었다. 시즌 성적도 타율 0.242 7홈런 17타점으로 신통치 않았다. 토론토와의 아메리칸리그(AL)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팬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선발투수 류현진은 어깨 부상의 터널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2015시즌을 통째로 쉰 류현진은 긴 재활을 거쳐 7월8일 샌디에이고전를 맞아 복귀전을 치렀다. 그러나 4.2이닝 6실점으로 패전을 당하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피츠버그 강정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피츠버그 강정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무릎 수술 후 재활을 거쳐 돌아온 강정호는 5월7일 세인트루이스와의 복귀전에서 홈런 2방을 터뜨렸다. 6월 말 성폭행 혐의에 연루된 후 타격 성적이 잠시 하강곡선을 그리기도 했지만 103경기만 뛰었음에도 21홈런을 터뜨리는(타율 0.255, 62타점) 위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귀국 후 터진 음주운전 사고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피츠버그는 징계절차를 검토 중이고, WBC 대표팀에서도 낙마될 처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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