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때 무릎 부상으로 조기 은퇴, 비디오분석관-스카우트 등 거쳐
상대팀 분석후 유연한 맞춤전술… 2부리그 선수 발굴 주전으로 키워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는 20대 감독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1부 리그)를 흔들고 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의 호펜하임을 지휘하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사진). 올해 29세로 분데스리가 현역 감독 중 최연소다. 1976년 24세로 자르브뤼켄을 지휘한 베른트 슈퇴버에 이어 분데스리가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감독이다. 30∼50대인 호펜하임의 코치들은 말할 것도 없고, 팀의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오이겐 폴란스키(30)보다도 어리다. 그런데도 나겔스만이 이끄는 호펜하임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5승 5무(승점 20)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 때 벤치에서 껌을 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나겔스만이 좋아하는 껌 브랜드를 따로 소개하는 매체가 있을 정도로 독일에서 나겔스만의 인기는 대단하다.
나겔스만이 호펜하임의 지휘봉을 잡은 건 지난 시즌 중반을 넘어선 올 2월이다. 건강이 안 좋아 물러난 후프 슈테벤스 감독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 호펜하임의 성적은 2승 8무 10패로 강등권인 17위였다. 18개 팀이 겨루는 분데스리가에서는 17, 18위가 다음 시즌 강등된다.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이 분데스리가 감독 경험이 없는 ‘풋내기’ 나겔스만을 사령탑에 앉히자 팬과 독일 언론은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부임 후 14경기에서 7승 2무 5패를 기록한 나겔스만은 15위로 시즌을 마치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다.
수비수 출신인 나겔스만은 선수 시절 분데스리가에서 뛴 적이 없다. 무릎 부상으로 21세 때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은 뒤 비디오 분석관과 스카우트, 프로팀 산하 유소년팀 감독으로 축구와 인연을 이어왔다. 비디오 분석관과 스카우트 시절의 경험은 그의 지도자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겔스만은 특정 전형(포메이션)이나 전술에 얽매이지 않는다. 상대팀의 경기를 비디오 분석으로 철저하게 연구한 뒤 그때그때 맞는 선수와 전술을 사용한다. 나겔스만이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겔스만은 팀 전술훈련 때도 드론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촬영하게 한 뒤 분석 자료로 활용할 만큼 비디오 분석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수 발굴 능력도 뛰어나 2부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영입해 올 시즌 팀의 주전으로 키웠다.
나겔스만은 독일축구협회 지도자 자격시험에서 만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이미 1부 리그에서 뛸 정도의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도자는 선수들과 교감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도 철학을 갖고 있다. 나겔스만의 호펜하임은 20일 함부르크를 상대로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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