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대하게 만든 ‘가을복덩이’ 소사의 역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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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LG 양상문 감독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이어 PO 1차전에도 헨리 소사를 선발로 내세웠다. 준PO 1차전은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이 2차전까지 가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PO를 앞두고는 3일간의 휴식이 있었다. 1선발 데이비드 허프를 낼 수도 있었지만 양 감독의 선택은 소사였다.

시리즈에서 첫 번째 경기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지난해까지 역대 5전3선승제 PO에서 1차전을 잡는 팀이 한국시리즈를 진출할 확률도 80.2%나 됐다. 만약 PO에도 1차전 선발로 내세운 소사 카드가 실패로 끝나면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양 감독의 선택은 다시 한 번 소사였다. 양 감독은 “시리즈가 1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3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허프를 4일 쉬고 내기보다 선발로테이션대로 소사가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허프를 내면 소사의 투구 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순리대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다른 계산도 있었다. 양 감독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PO 1차전을 앞두고 ‘2~3주를 쉬면서 실전감각이 떨어진 NC를 상대로 빠른 공을 던지는 소사를 넣은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인정했다. 사실 NC 김경문 감독도 1차전에서 가장 우려했던 게 선수들의 실전감각이었다. 아무리 자체청백전을 치렀다고 해도 상대투수의 빠른공을 상대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빠른공 대처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김 감독의 걱정과 양 감독의 계획은 빗나가지 않았다.

소사는 이날 최고구속 155㎞의 빠른 공으로 NC를 그야말로 제압했다. 힘 있는 직구에 떨어지는 공인 커브와 포크볼을 적절히 섞어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빼어난 위기관리능력도 발휘했다. 특히 4회 무사 1·3루서 중심타자와 연결되는 상황이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4번타자 권희동을 삼진, 5번타자 박석민을 땅볼로 잡아냈다. 6번타자 조영훈까지 범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했다. 7회 무사 1루서도 다음 타자 조영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이후 안타를 맞으며 1사 1·2루를 만들었지만 바통을 이어받은 정찬헌이 손시헌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소사를 도왔다. 6.1이닝 5안타 6삼진 무실점. 비록 불펜들의 ‘불쇼’로 그의 두 번째 포스트시즌 승리는 날아갔지만 선발로서 역할을 120% 수행했다.

LG는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허프와 류제국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소사는 계산에 넣기 어려웠다. 그는 올 시즌 33경기에 등판해 승수(10승)만큼 패수(9패)도 많이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높고 실점도 많아 방어율이 5.16이나 됐다. 그가 가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우려와 달리 소사는 준PO 1차전에 이어 PO 1차전에서도 호투를 펼쳤다. LG는 PO 1차전을 내줬지만 앞으로도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소사의 존재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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