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성공한 흥국생명, 확실한 강팀 반열에 오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5시 30분


흥국생명은 박미희 감독 체제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올 시즌에는 우승이 목표”라며 성장한 팀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은 박미희 감독 체제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올 시즌에는 우승이 목표”라며 성장한 팀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스포츠동아DB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초창기 흥국생명은 여자부의 최강자로 통했다.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황연주(현대건설)의 좌우 날개가 보여준 파괴력은 실로 엄청났다. 그 둘의 존재만으로도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 둘이 모두 떠나자 소위 말하는 암흑기가 찾아왔다. 2011~2012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하며 ‘B클래스’의 오명을 썼다. 강팀의 이미지가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조용히 칼을 갈며 활로를 모색했다. 그 중 하나가 체질개선이었다. 박미희 감독이 부임한 2014~201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체질개선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2015~2016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약체 이미지’를 지운 자체로 박 감독의 지도력은 인정받기 충분했다. 구단도 박 감독의 공로를 인정했다. 일찌감치 2년 재계약에 합의하고 새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 운동하는 조송화, 탄탄한 공격진, 취약한 리베로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점은 조송화가 ‘운동하는 세터’가 된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무릎 부상 탓에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박 감독은 “거의 연습을 못 하고 경기에만 간신히 나가는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비시즌에 꾸준히 체력훈련을 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부분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박 감독이 조송화를 올 시즌 키플레이어로 꼽은 이유다. 박 감독은 “(조)송화가 세터로서 부담이 있겠지만, 공격수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책임감을 심어주면서 “지난 시즌과 달리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리더 역할을 해준다면 공격수들도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공격진은 탄탄하다. 레프트는 이재영과 신연경이다. 이재영은 리그 정상급 공격수고, 신연경은 리시브와 수비에 강점을 보인다. 신연경의 자리에는 공격력이 좋은 정시영이 들어갈 수도 있다. 힘이 좋은 이한비도 비밀병기로 꼽힌다. 박 감독은 “경기 상황과 컨디션에 맞춰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큰 공격을 책임진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곧바로 실천으로 옮기는 자세는 합격점을 받기 충분하다. 박 감독은 “(러브의) 성실함은 최고”라고 했다. 김수지와 김나희(개명 전 김혜진)가 버티는 센터진도 수준급이다.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리베로다. 수비가 뛰어난 주예나가 은퇴하면서 김혜선과 한지현의 부담이 커졌다. 박 감독은 둘을 번갈아 기용하며 최대치를 이끌어내려 한다.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리베로 포지션이 약하다는 말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둘에게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박 감독의 설명이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 성장 기틀은 충분히 마련, 이제는 본격 승부

흥국생명은 박 감독 부임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2014~2015시즌 정규리그 4위를 기록했다. PS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약체 이미지를 벗은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0.500의 승률(15승15패)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승률이 2할대에 머물렀던 2012~2013시즌(0.200·6승24패), 2013~2014시즌(0.233·7승23패)과 견줘 엄청난 발전이었다. 2015~2016시즌 PO에 진출하며 2010~2011시즌 이후 5시즌 만에 봄 배구에 참가했다. 승률은 6할(18승12패)에 달했다. 박 감독 체제에서 2시즌 연속 5할 승률을 넘겼다.

이는 체질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박 감독의 ‘어머니 리더십’이 통한 결과였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패배의식에 빠졌던 선수들이 마음을 열었다. 훈련 때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선수들을 다독였다. 한 배구인은 박 감독을 두고 “강약조절을 정말 잘한다”며 감탄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팀의 이미지를 확 바꾼 박 감독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이제는 본격 승부다. 박 감독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견뎌내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는 “지난 시즌에는 봄 배구에 대한 열망이 컸는데, 올 시즌에는 우승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3번째 시즌에 우승을 목표로 삼은 것은 흥국생명의 고속성장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지난 시즌 PS에 진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기간의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팀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한데, “이제는 안정된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박 감독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흥국생명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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