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스러운 PS’ 그들에게 가을은 특별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5시 30분


LG 이형종-김지용-KIA 김광수(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LG 이형종-김지용-KIA 김광수(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프로야구선수들에게 가을은 특별하다. 흔히 포스트시즌을 정규시즌 이후 열리는 보너스게임이라고 하지만 선수생활을 하면서 큰 경기를 해봤느냐, 해보지 못했느냐의 차이는 크다. KIA 김선빈과 안치홍이 군 제대 후 사실상 워밍업 없이 큰 경기에 돌입했음에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1년에 10개 구단 중 5개 팀, 수백 명의 선수들 중 약 140여 명밖에 서지 못하는 특별한 무대.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냉정한 세계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초대를 받은 이들의 마음은 벅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LG 이형종(27)의 마음이 딱 그랬다. 그는 200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어느덧 9년차가 됐지만 그동안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은 적이 없었다. 2013년 팀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을 때도, 2014년 꼴찌에서 4강의 기적을 이뤄냈을 때도 그의 이름은 엔트리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우여곡절도 많았다. 유니폼을 벗어도 봤고, 딴 길을 선택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는 원래 투수였지만 LG로 복귀한 뒤 타자로 전향했다. 천부적인 야구재능은 투타를 막론하고 발휘됐다. 올해 당당히 팀의 외야자원으로 한 축을 차지하면서 가을야구까지 하게 됐다. 그는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였기에 설렘이 컸다. 그는 “8년 만에 처음 해보는 거라 잠이 안 왔다”며 웃고는 “(올해 야구를 하면서) 매일이 새로웠는데 가을야구를 한다고 하니까 더 새롭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의욕도 넘친다. 그는 11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가 올 시즌 유일한 목표였던 만큼 팀을 위해 “잘 하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KIA 김광수(35)의 가을은 더 특별했다. 그는 프로 16년차 베테랑 투수지만 가을야구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다. 2002년 LG 소속으로 엔트리에 포함된 적은 있지만 등판 기회가 오지 않아 기록이 없다. 이후에도 포스트시즌과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1년 한화로 이적한 뒤 늘 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다. 지난해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가을야구는 먼 얘기였다. 그러나 올해 오랜 숙원을 풀게 됐다.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16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는데 포스트시즌만 놓고 보면 14년 만이다. 2002년 플레이오프 때 엔트리에 들긴 했는데 뛰질 못했다. 그때 상대팀이 KIA였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긴장도 되지만 재미있다”며 축제를 한껏 즐겼다.

이뿐만 아니다. 김지용(28) 역시 2009년 LG에 입단한 이후 생애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초대 받았다.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무명선수였던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배팅볼을 던지다가 양상문 감독의 눈에 띄었다. 기회가 주어지자 재능의 꽃을 피웠다. 올해는 1군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마운드 위에서 항상 당당했던 그의 공은 가을에 더 빛났다.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 경기였던 10일 잠실 KIA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김지용은 “재미있었다”며 웃고는 “경기 상황은 상관없다. 경기에 나가서 계속 공을 던지고 싶다. 더 바랄 것도 없이 지금처럼 (자기 자리에서) 꾸준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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