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 원조 박현준 “남들처럼만 살고 싶다” 참회의 글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9월 6일 10시 07분


박현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현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5년 전 승부조작 가담이 발각돼 한국프로야구연맹(KBO)으로부터 영구제명 된 전 LG트윈스 투수 박현준(30)이 잘못을 뉘우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심경을 밝힌 장문의 글을 올리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박현준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비록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지만 살아야하기에 용기내 글을 쓰게 됐다”며 “남들 사는 것처럼만 그렇게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박현준은 2011년 팀 후배 김성현(이상 전 LG 트윈스)과 함께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게 밝혀졌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첫 사례인데다 제2의 임창용으로 기대를 모으던 사이드암 투수라 팬들의 실망감이 매우 컸다.

이 사건으로 박현준과 김성현은 나란히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각각 500만 원과 700만 원의 추징금도 냈는데, 박현준으로 브로커에게 소개한 김성현이 추징금이 조금 더 컸다.
무엇보다 박현준과 김성현은 2012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제명 처리 돼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대만, 미국에서 야구선수 및 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박현준은 사건 이후 고향인 전북 전주로 내려갔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사는 게 아니었다. 매일 술만 마시고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면서 "허송세월하다 군대에 가게 되었고, 군에서 정신을 좀 차리고 전역 후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중 미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스트우트의 연락을 받고 도미니카공화국리그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현준은 지난해 도미니카 프로야구 에스트렐라스 오리엔탈레스에서 잠시 뛰었다.

박현준은 “다시 야구장에 설 수도 없고, 서서도 안 되는 사람이지만 딱 한 번만 유니폼을 입고 팀에 소속되어 던져보고 (야구인생을) 끝내고 싶었다”며 “전역후 두 달 정도 재활하다 도미니카로 날아갔다. 유니폼 입고 팀에 소속돼 훈련하고 시합도 하고 너무 꿈만 같았다. (레다메스) 리즈의 팀이었고, (펠릭스) 피에와도 함께 뛰고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욕심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거의 숨어지내던 박현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이제는 좀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돌아온 뒤 상황에 대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살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부터 생각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박현준에게 학교 선배는 "이제 벌 받을 만큼 받았으니 그만 숨어 지내라. 야구 못하는 것 자체로 벌을 받은 거다"라고 말해줬고, 이 말로 그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현준은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지만 살아야 하기에 용기를 내서 글을 쓰게 됐다. 만이 반성했지만 욕하면 달게 먹고 반성하겠다. 용서해달라고 하지도 않겠다"면서 "야구장 가서 야구도 보고 싶고, 이제는 밖에 다닐 때도 자신감 있게 돌아다니고 남들 사는 것처럼만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한 통신사 대리점장을 하고 있고 부모는 맥주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근황과 함께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글을 맺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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