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동메달’ 태권전사 이대훈이 보여준 ‘진짜 스포츠맨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9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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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24·한국가스공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태권전사’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생애 2번째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대훈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 3관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남자 68㎏ 동메달결정전에서 자우드 아찹(벨기에)을 11-7로 꺾고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다.

4년 전 런던대회 58㎏ 은메달을 땄던 이대훈은 체급을 높여 리우올림픽 정상을 꿈꿨지만 16강을 기권승으로 통과한 뒤 사실상의 첫 판인 8강에서 ‘다크호스’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 져 패자부활전으로 밀렸다. 이후 고프란 아흐메드(이집트)를 14-6으로 제압해 동메달결정전에 올라 결국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마지막 기회인만큼 동메달결정전은 아주 치열했다. 1회전을 0-3으로 뒤진 이대훈은 2회전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4-4로 팽팽한 상황에서 맞이한 3회전은 그야말로 난타전이었다.

그러나 이대훈의 공격이 효율적이었다. 몸통과 머리를 적시적소에 공격하며 착실히 포인트를 쌓았다. 치열하게 경합하는 과정에서 무릎을 조금 다치긴 했지만 끝까지 버텼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두루 제패했던 이대훈은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줄곧 경계한 아부가우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당당했다. 자신에 패한 자우드 아찹을 끌어안고 격려해줬고, 자신을 이긴 아부가우시에게 축하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패자가 승자를 격려하는 장면, 이대훈이 생각하는 ‘스포츠맨십’이다. 실제로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훌륭한 품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자가 승자를 축하하지 못하면 승자의 기쁨도 덜할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는 코멘트를 통해 ‘메달 그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냈음을 확인시켰다.

다만 이대훈은 ‘즐기는 태권도’에서 패인을 찾았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나름의 대비를 했지만 나보다 (아부가우시가) 마음을 편히 갖고 경기운영을 잘했다“고 담담히 패배를 인정했다. 물론 마냥 편안했던 건 아니다. 동메달결정전이 끝난 뒤에는 뜻하지 않은 패배에 자신보다 실망했을 주변을 위해 ”일부러 괜찮은 척 했다“고 털어놓는 솔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리우올림픽 입성에 앞서 이대훈은 “예전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증명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려운 과정을 딛고 얻은 동메달의 가치도 컸지만 패배를 당당히 받아들인 모습을 통해 내면적으로도 성숙해졌음을 입증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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