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리우] 캡틴 김우진의 金 ‘절반은 눈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8일 05시 45분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왼쪽부터)이 7일(한국시간)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언론들은 물론 현장을 찾은 주요 외신들은 ‘무자비하다’는 다소 거친 표현으로 태극궁사들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왼쪽부터)이 7일(한국시간)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언론들은 물론 현장을 찾은 주요 외신들은 ‘무자비하다’는 다소 거친 표현으로 태극궁사들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남자양궁 단체전 금메달이 그에게 특별한 이유

구본찬 이승윤 합작…한국에 첫 금

4년전 런던올림픽대표 탈락 후
전국체전선 최악 성적 슬럼프
잊고싶은 과거, 그게 나의 힘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스포츠 코리아’에 가장 먼저 금빛 낭보를 전해온 종목은 대부분 사격이었다. 사격으로 시작해 다른 종목의 선전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예상’이 빗나갔다. 개막 이틀째인 7일(한국시간)은 첫 번째 ‘골든 데이’로 기대를 모았다. 역시 사격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이번 올림픽 첫 메달이 가려진 종목도 여자사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대한민국 선수단은 남자사격에서 금맥을 텄어야 했다. 그런데 ‘사격황제’ 진종오(37·kt)가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5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소 맥이 빠졌다.

다행히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1시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리우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시작된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이 나왔다. 김우진(24·청주시청),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이 환상의 호흡을 뽐냈다.

결승 상대 미국도 한국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세트점수 6-0(60-57 58-57 59-56)의 완승이었다. 8년만의 올림픽 챔피언 복귀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에서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한 남자양궁은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는 미국에 무너졌다. 복수와 함께 왕좌 등극까지 두 마리 토끼몰이에 성공했다.

경기 내용부터 알찼다. 1세트 6발을 전부 10점에 명중시키는 ‘신궁’의 실력을 과시했고, 2세트에는 미국이 마지막 3발을 10점에 맞췄으나 똑같이 10점 3발로 되돌려줘 귀한 포인트를 추가했다. 미국 언론들은 물론 현장을 찾은 주요 외신들이 “무자비하다”는 다소 거친 표현을 쓴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미국 역시 항공모함에서 리우의 변화무쌍한 바람과 환경적 변수에 대비했으나, 우리의 철두철미한 준비에 비할 바는 못 됐다.

완승을 일군 남자궁사들 모두가 챔피언의 자격이 충분했지만, 특히 감격에 젖은 이는 ‘캡틴’ 김우진이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펼쳐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들었던 기억 때문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충격은 대단했다. 슬럼프도 겪었다. 전국체전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그 때가 있어 지금의 내가 더욱 당당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잊고 싶은 과거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런던올림픽을 제대로 지켜볼 수 없었다. 그만큼 마음이 아팠다.

남자양궁대표팀 박채순 감독은 줄곧 “가슴에서 우러나는 활을 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 궁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김우진은 간절했던 올림픽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가뿐히 통과했고, 대회 공식 개막에 앞서 치러진 개인예선 랭킹라운드에서 세계기록(700점)을 쏘며 감각을 극대화했다. 이어 단체전에서 그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남은 것은 개인전(13일). 제대로 불붙은 태극궁사의 신바람을 지켜보는 것은 리우올림픽의 확실한 재미다.

김우진

●생년월일=1992년 6월 20일
●키·몸무게=180cm·100kg
●소속=청주시청
●세계랭킹=1위
●수상 내역=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관왕, 2011토리노세계양궁선수권 2관왕, 2015코펜하겐세계양궁선수권 2관왕

구본찬

●생년월일=1993년 1월 31일
●키·몸무게=181cm·81kg
●소속=현대제철
●세계랭킹=2위
●수상
내역=2013타이페이세계양궁선수권 남자단체전 금메달,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동메달, 2015코펜하겐세계양궁선수권 2관왕

이승윤

●생년월일=1995년 4월 18일
●키·몸무게=173cm·83kg
●소속=코오롱

●세계랭킹=3위
●수상 내역=2013벨렉세계양궁선수권 남자개인전 금메달,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동메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