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포수 뜬공 그리고 발디리스의 자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0일 1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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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아롬 발디리스(34).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삼성 아롬 발디리스(34).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2016시즌 후반기의 문이 열린 19일 잠실구장. 지나간 전반기는 뒤로한 채 홈팀 두산과 원정팀 삼성은 무더운 여름날을 맞이했다.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렸지만 선수들은 휴식 대신 연습으로 후반기 첫 게임을 준비했다.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승부 자체는 훌륭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2회초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삼성의 외국인선수 아롬 발디리스(34). 그는 장원준의 4구째에 힘차게 스윙을 돌렸고, 이내 공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 포수 양의지가 미트를 뻗어 타구를 잡겠다고 제스처를 취하려는 순간, 발디리스는 이미 고개를 숙인 채 3루 덕아웃으로 향했다. 아직 미트에 공도 들어오기 전이었음은 물론 주심이 아웃 선언을 채 하기도 전이었다. 그러나 발디리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레 포기하는 자세를 취했다.

같은 상황은 다음 타석에서도 이어졌다. 5회 선두타자로 나온 발디리스는 다시 장원준의 4구째를 노려쳐 포수 위로 공을 날렸다. 그의 자세는 이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2회와 마찬가지로 발디리스는 타구를 끝까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몸을 덕아웃으로 돌렸다. 이번에도 심판의 콜은 발디리스가 벤치에 다다를 때쯤에야 들려왔다. 타자 본인조차 기대감을 갖지 않고 타석 기회를 포기하려는 자세에 삼성 덕아웃이 일순간 조용해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동료의 행동에 위로를 건네려는 선수 역시 보이지 않았다.

발디리스는 삼성이 기대를 안고 올 시즌 새로 영입한 외국인타자다. 그러나 개막 후 23경기에서 타율 0.217, 1홈런으로 실망감을 안기고 5월 초 2군으로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2군에선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1군 복귀가 늦어졌다. 어렵게 복귀한 지난달 30일부턴 10경기 타율 0.343, 3홈런으로 그나마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아직 안심할만한 단계는 아니다. 게다가 팀은 창단 후 첫 꼴찌 추락을 걱정하고 있는 마당. 이유를 불문하고 선수단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해야할 시점이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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