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원우 감독(사진)은 연승보다 연패를 먼저 경험했다. 4월29일 사직 NC전부터 5월5일 광주 KIA전까지 6연패를 겪었다. 그러나 5월6일부터 시작된 잠실 원정에서 1위 두산을 상대로 3연승을 이끌어내는 반전을 이뤄냈다. 빛이 보이지 않은 것 같았던 6연패 속에서 조 감독은 무엇을 느꼈을까. 9∼10일 이틀에 걸쳐 조 감독의 심경을 들었다. ● 감독직의 무거움
조 감독은 “바깥에서 걱정해준 것보다 나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5일 KIA전을 제외하면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가 없었다. 감독이 굳이 팀 미팅을 자주 열어 싫은 소리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안 좋을수록 오히려 조 감독은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경기는 자꾸 지고, 선수는 아프고, 모든 것이 암담할 고독감을 느꼈을 법해도 티를 내지 않았다. 리더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야구계에서 감독 눈물 닦아줄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미움은 받을지언정 동정은 받아선 안 되는 감독직의 무거움을 조 감독은 연패 기간 체험했다. ● 감독은 코치가 아니라 심리치료사
연패 후 연승을 통해 조 감독은 기본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역시 야구는 선발투수가 중요하다. 그리고 감독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독특한 점은 연패 기간 조 감독은 팀 미팅이 아니라 개별면담을 실행했다. 기술적인 면은 코치에게 맡기되, 감독은 선수의 멘탈을 관리했다. 선수에게 할말이 있을 때, 1:1로 소통했다. 그래야 감독의 진정성이 잘 전달되고, 선수 자존심도 살려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주장 강민호의 제의로 선수들이 농군패션을 한 뒤, 3연승 반전을 이뤘다. 조쉬 린드블럼도 회복 기미를 보였다. 황재균, 홍성민, 박종윤 등이 없어도 백업선수들이 잘 버텨주고 있다. 조 감독은 “지금은 승률 5할만 신경 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롯데의 승부처는 아직’이라는 뜻이다. 힘을 아끼고, 원칙을 지키는 속에서,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 시즌이 무르익을수록 롯데를 긍정적으로 봐줄만한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