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우완투수 문승원(27·사진)은 고려대 에이스였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받은 기대주였다. 프로 생활 5년 만인 올 시즌, 4일 문학 한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경기 직후에도 그저 좋아하기만 하던 문승원은 수훈선수 인터뷰를 위해 응원단상에 올라갔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2군에서 함께 고생한 제춘모 투수코치가 그의 경기를 보러 왔고, 제 코치가 “한 번 안아보자”고 말하자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제 코치도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5일 경기에 앞서 만난 문승원은 “처음 코치님을 봤을 때 눈물이 나올 줄 몰랐다. 그런데 ‘안아보자’는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3월 2일 일본 오키나와 1군 캠프에서 코치님과 함께 2군 대만 캠프로 넘어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다시 해보자’는 코치님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승원은 신인 시절에도 1군 캠프에서 중도 낙마해 2군 캠프로 향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그는 “그때와 달리 이번엔 내가 내려가서 뭘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선 ‘공이 좋은데 왜 타자와 못 싸우고 도망가냐’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떻게 하면 마운드 위에서 카리스마가 생길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노력 끝에 4월 중순 윤희상 대신 5선발 기회를 부여받았고, 매 경기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그가 말한 ‘카리스마’는 자기 공을 믿고 볼카운트 등에서 타자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면서 압도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는 것이다. 문승원은 “아직 볼넷을 줄이는 등 제구력을 보완해야만 한다. 상무 시절 2년을 빼면 1군 3년 만에 첫 승인데 생각보다 빠른 것 아닌가. 운이 좋았다. 올해 3번 등판 모두 6이닝을 채우지 못했는데 6회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지만 제 코치와 함께 주전포수 이재원의 축하도 뜻 깊었다. 그동안 동기인 김민식과 호흡을 맞추다 4일 처음 주전 이재원과 배터리를 이뤄 승리를 합작했는데, 이재원과는 입대 직전 마지막 경기이자 데뷔 첫 선발등판이던 2013년 10월 4일 사직 롯데전에서 배터리로 나서 6이닝 6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이)재원이형이 그때 ‘군대 갔다 와서 꼭 함께 승리하자’고 말했었는데, 어제 약속을 지켰다고 해서 기분이 더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