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돌직구, 물음표를 지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7일 05시 45분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오승환 피츠버그전 1이닝 3K 퍼펙트…ML 2경기 아웃카운트 6개 중 5개 삼진처리

삼진 잡는 동안 25개 투구 중 직구가 14개
슬라이더와 2구종만으로 ML타자들 요리


‘돌부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화끈한 탈삼진 퍼레이드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무대 데뷔 이후 2경기에서 잡아낸 아웃카운트 6개 중 삼진으로만 5명을 처리하는 압도적 피칭이다.

오승환은 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서 6회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3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첫 타자인 조디 머서를 시작으로 대타 맷 조이스와 존 제이소 모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이번만이 아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인 4일 피츠버그와의 시즌 개막전부터 탈삼진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아웃카운트 3개 중 2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선발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에 이어 7회 등판하면서 빅리그 정규시즌 마운드를 처음 밟은 오승환은 긴장했는지 볼넷 2개와 땅볼 1개로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내 데이비드 프리즈와 스탈링 마르테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를 돌파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2경기에 걸쳐 최근 5연속타자 탈삼진을 기록하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오승환의 전매특허인 돌직구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프로야구 무대는 평정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는 빅리그 타자들에겐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물음표가 붙었던 게 사실이다. 탈삼진 5개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25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는데, 직구가 절반을 넘는 14개였다. 그 중 대부분 포심패스트볼이고, 투심패스트볼은 2개였다. 나머지는 슬라이더 11개. 마지막 삼진을 잡아내는 결정구만 놓고 보면 슬라이더 3개, 직구 2개로 분석됐다. 헛스윙 삼진은 1개였고, 4명은 멍하니 지켜보며 삼진을 당했다. 특히 6일엔 여유가 넘쳤다. 투구수 12개 중 6개는 포심패스트볼이었고, 투심패트스볼은 1개였다. 슬라이더는 5개였다. 슬라이더는 대부분 130km대였지만, 시속 118km 느린공도 포함돼 있다. 구속으로 보면 커브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피츠버그 타자들을 농락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포크볼까지 추가한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순항할 가능성이 크다.

오승환은 2경기에서 최고구속 151km를 찍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구속과 구위는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자신감을 찾은 오승환이 앞으로 어떤 퍼포먼스를 이어갈지 기대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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