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육상의 산실…한국전력 육상단 ‘맨발의 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30일 05시 45분


한국육상에 끊임없는 시너지를 불어넣은 한국전력 육상단의 간판스타 심종섭은 20일 열린 제87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1위로 결승 테이프를 끊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희망을 밝혔다. 스포츠동아DB
한국육상에 끊임없는 시너지를 불어넣은 한국전력 육상단의 간판스타 심종섭은 20일 열린 제87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1위로 결승 테이프를 끊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희망을 밝혔다. 스포츠동아DB
마라톤 국내 1위 심종섭 상승세
젊은피 김재훈·이헌강 등도 쑥쑥
김재용 코치 “2시간10분 벽 깰 것”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306개다. 이 중 육상에 가장 많은 메달이 준비돼 있다. 47개가 주인을 기다린다. 그런 면에서 한국스포츠는 아쉽다. 1936년 베를린대회에서 손기정, 남승룡이 금·동메달을 목에 건 이후 역대 올림픽 메달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 황영조(금), 1996년 애틀랜타대회 이봉주(은)뿐이다.

그래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투자로 한국육상에 이바지해온 곳이 있다. 1962년 창단돼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전력공사 육상단이다. 1980년대 ‘단거리 특급’ 장재근, 1987년 여자 1만m·20km 단축마라톤·풀코스 마라톤 등 3개 부문 한국기록을 세운 김미경, 국내마라톤 최초로 2시간10분 벽을 깬 김재용 등 숱한 스타들이 거쳐갔다.

오늘과 내일을 동시에 사로잡다!

한국전력 육상단의 간판 심종섭은 가장 확실한 기대주다. 20일 서울 일원(광화문∼잠실올림픽주경기장·42.195km)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7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3분47초로 국내 1위(전체 12위)에 올랐다. 2년 전 같은 대회에서 2시간14분19초로 역시 국내 1위를 차지한 그는 이듬해 2시간13분28초로 2위에 그쳤지만 다시 정상을 밟아 리우올림픽의 희망을 밝혔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지난해 10월부터 다음달까지 각종 대회 기록을 종합해 리우올림픽 엔트리를 결정할 예정인데, 최근 3년 연속 2시간13분대를 기록한 심종섭은 큰 변수가 없는 한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심종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종섭이 바통을 물려받기 전까지 후배들을 이끌어온 이는 박주영이었다. 한국전력 육상단은 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 생겨난 여러 육상단의 창단 러시로 인해 잠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암울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08년 박주영을 영입해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노력이 통했다. 박주영은 그해 제89회 전국체육대회를 제패한 뒤 이듬해 경주동아마라톤에서 우승했다. 2010년과 2013년에도 전국체육대회를 평정해 이 대회 최다 우승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전력 육상단은 당장의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유망주들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 ‘될성부른’ 기대주들을 새 식구로 맞아왔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팀에 합류한 조수현은 2008년 인천국제하프마라톤에서 국내 부문 우승을 차지해 역대 이 종목 최연소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2011년 이헌강은 전국체육대회 5000m·1만m 2관왕에 오른 데 이어 그해 중앙서울마라톤 우승을 일궜다.

● 더 이상 한국육상의 암흑기는 없다!

2009년 이봉주가 은퇴하면서 한국육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2000년 이봉주가 세운 마라톤 한국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고, 세계와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한국육상이 답보상태에 빠졌다”고 체육인들이 우려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마라톤선수의 전성기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이다. 이봉주가 2000년 도쿄국제마라톤에서 한국기록을 세우고 2위에 오른 당시 나이도 만 29세였다.

한국전력 육상단에는 젊은 건각들이 많다. 심종섭은 25세, 김재훈은 27세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이헌강과 정진혁은 26세다. 정진혁은 국내 현역 가운데 유일하게 2시간9분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끈다. 한국전력 육상단 김재용 코치는 “모든 선수들이 2∼3년 내에 2시간10분대 벽을 깰 자질을 갖췄다. 한 번이 중요하다. 10분대만 깨지면 한국기록 경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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