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효과’도 안 통하는 롯데 ‘블랙홀’ 1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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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26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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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문규현. 스포츠동아DB
롯데 문규현. 스포츠동아DB
롯데 유격수 문규현(33)은 25일 시범경기 사직 KIA전에 1루수로 출장했다. 문규현의 1루수 출전은 2002년 롯데 입단 이래 처음이다. 미국 애리조나, 일본 가고시마로 이어진 롯데의 전지훈련 기간, 문규현은 1루수로 훈련조차 하지 않았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KIA전 직후 “문규현의 어깨가 좋지 않지만 타석이 부족해 (주 포지션인 유격수 대신) 1루수로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특수한 상황에서의 일시적 기용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1루수 문규현’ 파격 기용에는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롯데의 짙은 고민도 담겨 있다. 흔히 조직에 활력을 주기 위해 리더가 실행하는 방책 중에 ‘메기효과’의 유도가 있다. 메기 같은 기능을 하는 선수를 집어넣어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롯데의 주전 1루수는 현실적으로 박종윤(34)이다. 조 감독은 이 기득권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손용석, 김대우 등 계속 메기를 집어넣고 있다. 외야수 박헌도는 캠프에서 1루수 연습을 했다. 24일 KIA전에서는 지명타자 최준석까지 실험했고, 이어 문규현까지 들어간 것이다. 최준석과 문규현은 익숙하지 않은 1루 수비에서 어색함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롯데 1루수 자리에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가히 블랙홀이라 할만하다. 1루에서 혈이 뚫리지 않으면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시범경기부터 롯데 야구가 득점 응집력에서 한계를 노출하는 이유 중 하나다.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꼴찌에 머물고 있다. 승패 자체보다 더 아쉬운 점은 과정 속에서 소득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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