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거품타자라고? ‘국거박’, 댓글 함부로 달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16시 49분


코멘트
2015년 7월 1일, 프로야구를 취재하게 된 첫 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적어도 박병호 기사는 쓰지 말자.’ 미디어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홈런타자에 대한 반발감이 컸었다. 같은 1점이라도 대수비, 대주자들이 이를 악물고 막아내고, 만들어낸 1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홈런, 특히 박병호의 홈런은 모든 언론이 보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다짐은 딱 일주일만에 무너졌다. 박병호를 빼고 한국 야구를 말하기는 불가능했다.

단지 기량 때문만이 아니었다. 박병호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빛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그의 마음가짐이었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공식 입단 기자회견 때 박병호의 첫마디는 이랬다.

“안녕하십니까. 미네소타에 입단하게 된 박병호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할법한 인사말로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을 ‘당연하게’ 여겼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박병호가 걸어온 길도 그랬다. 2014년 박병호는 이승엽과 심정수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타자의 계보를 이었다. 기쁨을 즐길 법도 했지만 박병호는 이듬해 스프링캠프 때 훈련량을 더 늘렸다. 매 타석 자신이 가진 스윙 매커니즘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그가 밝힌 이유였다.

늘 그런 식이었다. 박병호의 시선은 이미 이룬 것보다 이뤄야할 것을 향했다. 2015년 53홈런으로 자신의 최고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즌이 끝난 뒤 그는 아무도 없는 목동구장에서 혼자 방망이를 돌렸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평범한 2군 선수였던 박병호를 메이저리거로 만든 건 ‘목런(작은 목동구장에서 친 홈런을 비하하는 말)’으로 늘린 홈런수가 아니다. 늘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게으름 피우지 않고 흘린 땀과 매 시즌 한계까지 자신을 끌어올리고도 더 발전하려던 책임감이다.

새벽마다 태평양 건너서 들려오는 박병호의 홈런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그가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홈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벽마다 함께 봐야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박병호의 기사마다 박병호를 비하하고 비아냥하는 국내 누리꾼의 댓글이다. ‘국민거품 박병호(국거박)’라는 이름의 이 누리꾼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박병호의 기사에 악플을 달고 있다.

국거박에게, 또 모니터 뒤에 숨어 욕설과 비방을 늘어놓기 바쁜 수많은 국거박들에게. ‘너에게 묻는다. 댓글 함부로 달지 마라, 당신은 스스로에게 한번이라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땀흘려봤는가.’

임보미기자 b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