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의 모자는 자존심 상징? 이보미, ‘움직이는 1인 기업’ 입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16시 20분


이보미. 르꼬끄골프 제공
이보미. 르꼬끄골프 제공
프로골퍼에게 모자는 자존심의 상징이다. 선수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모자에 붙이는 후원업체의 로고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평정한 이보미(28)가 올 시즌 쓰게 될 모자에는 5개 기업의 로고가 붙는다. 메인 스폰서인 혼마골프를 비롯해 코카콜라, LG전자, 마스터즈골프장, 일본 후쿠오카의 건설회사 볼텍스 등이다.

6일 서울에서 만난 이보미는 “최근 볼텍스, 게임회사 반다이와 추가로 계약했다. 스폰서가 이렇게 많아질 줄 몰랐다. 모자와 티셔츠에 로고 붙일 자리가 거의 사라졌다”며 웃었다. 국내외 기업 10여 곳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보미는 올해 후원 계약에 따른 수입만 30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일본에서 남녀 통틀어 역대 최다 상금 기록인 2억3049만 엔(약 22억3000만 원)을 벌어들이며 그의 상품성은 더욱 높아졌다.

움직이는 1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보미는 “지난해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다.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안주하지 않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승세의 비결로는 향상된 퍼팅 능력을 꼽았다. “평소 안하던 10~20m 거리의 롱퍼팅 연습을 매일 아침마다 10분 넘게 하면서 거리감이 좋아졌다. 또 퍼팅할 때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마치 로봇처럼 어드레스에 들어가 2초 만에 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하면서 효과를 봤다.”

일본에서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오른 비결에 대해 그는 “운이 좋았다. 다른 선수들보다 친숙한 느낌을 주고 누구에게나 웃으며 다정하게 대한 것 말고는 다른 비결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승을 거둔 이보미는 “JLPGA투어에서 적어도 3승 이상을 하고 싶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꼭 출전하겠다”고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이보미의 세계 랭킹은 15위. 올림픽에는 국가별로 최대 4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데 현재 이보미 보다 랭킹이 앞선 한국인 선수는 7명에 이른다.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과 US여자오픈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3개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출국해 한달 가까이 훈련할 계획인 이보미는 “내가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나이가 있다보니 하체 근력이 떨어지더라. 전지훈련 때 동행하는 일본인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 체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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