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을 했다. 2017시즌 후에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원래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6년의 서비스타임을 소화해야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정규시즌에 한해 1년간 등록일수 172일씩, 6년 동안 꾸준히 채워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25인 엔트리에 들어가거나, 경기 도중 당한 부상으로 인해 부상자명단(DL)에 등재돼도 인정받는다. 이처럼 제법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김현수 에이전트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는 “2년 뒤 김현수의 자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메이저리그 FA 규정 20조 b항에 의거해 FA가 된다”고 밝혔다.
마이너리그 거부권과 2년 후 FA 자격 취득은 김현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계약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일단 빅리그에 등록이 돼야 행사할 수 있다. 윤석민(29·KIA)도 빅리그에 등록된 뒤 자신의 동의 없이는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지 않는 거부권을 볼티모어와의 계약조항에 넣었는데, 이에 부담을 느낀 코칭스태프로 인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보지도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2년 뒤 FA 자격을 얻으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지만, 그만큼 2년간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김현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늘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게 됐지만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계약서를 쓰는데 내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그렇고, 일단 야구를 잘해야 의미 있는 조항 아닌가. 빨리 팀에 적응해서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