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4만8000km 이동… ‘셔틀콕 유랑단’

  • 동아일보

“리우 출전하게 랭킹 올려놓자” 배드민턴 대표팀 11월부터 강행군
1월까지 8개국 9개 대회 출전… 여자복식 3개조 톱10에 진입
혼복 최솔규-엄혜원조 12위 점프

올림픽은 출전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선수들은 ‘꿈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3개월 동안 지구를 한 바퀴 이상 돌고 있다. 배드민턴 대표팀이 지난달부터 내년 1월까지 출전하는 아시아, 미주 지역 국제대회의 이동 거리를 합하면 4만8000km를 웃돈다. 지구 한 바퀴 거리는 4만 km.

대표팀 선수들은 멕시코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멕시코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오픈에 이어 2주 연속 강행군이다. 쉴 새 없이 대회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자격이 되는 올림픽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배드민턴은 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다. 남녀 단식은 올림픽 랭킹 16위 이내에 들어야 국가별로 2명씩 출전할 수 있다. 남녀 복식과 혼합복식은 올림픽 랭킹 8위까지 진입해야 한다. 올림픽 랭킹의 산정에는 올 5월 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의 국제대회 성적이 포함된다. 남자복식 세계 1위 이용대(삼성전기)-유연성(수원시청) 조와 여자단식 성지현(새마을금고) 등은 평소 특급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덕분에 랭킹에 여유가 많아 이번 원정에는 빠졌다. 올림픽 랭킹이 커트라인 부근에 있거나 다소 처져 있는 선수들은 셔틀콕 강자들이 출전하지 않는 연말 연초 대회에 집중적으로 출전하는 틈새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미국과 멕시코 대회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나경민 코치는 “한국 성인 대표팀이 멕시코 대회에 출전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들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는 해발 2300m의 고지대다. 대표팀 선수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시티로 이동한 직후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한국 식당이 부족한 데다 치안 불안 때문에 선수들은 한국에서 가져간 즉석밥과 밑반찬 등으로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고단한 만큼 성과는 있다. 미국오픈에서 남자 단식 이현일(새마을금고)과 혼합복식 최솔규(한국체대)-엄혜원(새마을금고) 조가 우승했고, 여자복식에서는 정경은(인삼공사)-신승찬(삼성전기) 조와 장예나(김천시청)-이소희(인천국제공항) 조가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20일 멕시코오픈 준결승에서는 요넥스에서 새마을금고로 이적할 예정인 남자단식 이동근과 여자단식 배연주(인삼공사), 최솔규-엄혜원 조가 결승에 진출했다. 최근 상승세에 힘입어 여자복식은 3개조가 올림픽 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솔규-엄혜원 조는 12위까지 뛰어올랐다.

대표팀의 남은 선수들을 데리고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이득춘 감독은 “여자복식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림픽에 최대한 많은 한국 선수기 나가야 메달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배드민턴#리우#최솔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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