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엔 완투 한번 해보자… ‘프리미어12’ 꽃미남 스타 이대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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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더블A때 기회 있었지만 100구 이상 못 던지게 해 무산
ML 재도전하려 지바와 단기계약
日서 10승 못해 가장 아쉽지만 타선 도움으로 승리 경우도 많아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대은에게 “멋있게 나온 사진은 많아 지겨우니 못생기게 한번 찍어 봐요”라고 부추기자 이대은은 카메라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이내 “안돼요, 흑역사로 남아요”라며 멋있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대은에게 “멋있게 나온 사진은 많아 지겨우니 못생기게 한번 찍어 봐요”라고 부추기자 이대은은 카메라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이내 “안돼요, 흑역사로 남아요”라며 멋있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연말이면 야구선수들은 여기저기서 열리는 시상식 때문에 바쁘다. 하지만 시상식 일정 하나 없이도 누구보다 바쁜 선수가 있다. 지난달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른 이대은(26·지바 롯데)이다. 갑자기 나타난 그에게 팬들은 궁금한 게 많다. 인터뷰와 행사 요청이 쇄도하는 이유다.

이대은은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마이너리그) 소속이었을 때도 매년 4, 5개월은 한국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뛸 땐 9월이면 한국에 왔거든요. 오히려 올해 한국에 가장 짧게 있었어요.” 무관심 속에서 묵묵히 땀 흘렸던 마이너리그 7년의 세월을 그는 어떻게 기억할까.

“그땐 고생이라는 생각도 못했어요. (메이저리그로) 올라간다는 목표만 있었으니까…. 훅 지나간 것 같아요.” 고생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 나이에 루키(마이너리그 가장 낮은 단계)부터 시작한다면 저도 못하고 구단도 안 시킬 거예요. 지금은 무조건 메이저리그로 가야죠. 하지만 18세의 저로 돌아간다면 다시 갈 것 같아요.”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끝내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이대은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계약했다. 아쉬움은 없었느냐 물으니 그가 답했다. “제 선택이었어요. 거기서 (메이저리그 도전이) 끝이라는 생각은 결코 아니었거든요. 장기 계약이 아니라 단기 계약이기 때문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돌아가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트리플A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일본에서 많이 배웠어요.”

올 시즌 초 이토 쓰토무 지바 롯데 감독은 이대은을 두고 ‘불가사의하게 운 좋은 투수’라고 했다. 오기가 생기진 않았을까.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제가 던질 때마다 타선이 5∼6점씩 뽑았어요. 외국인 선수인 제가 팀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팀이 절 도왔죠.” 운을 너무 일찍 다 써버렸는지 후반에는 운도 안 따랐다.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도 5회부터 내린 비로 10승 기회를 날리기도 했다. 그 얘기가 나오자 잠시 생각에 잠긴 이대은은 “아∼ 아쉽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는 올해 9승 9패(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이대은을 만난 때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8일 오후 5시였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물으니 이대은은 곧바로 “골든글러브요?”라고 되물었다. “어제 (박)해민이 만났거든요. 외야에 쟁쟁한 후보가 너무 많다고 하더라고요.” 신일고 동창인 둘은 각각 신고 선수와 마이너리그 선수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요즘 만나면 격세지감을 느낄 것 같다고 하니 “만나면 그런 얘기는 잘 안해요. 그냥 사는 얘기, 친구들 얘기하고…”라고 한다. 사는 얘기가 결국 야구 얘기 아니냐고 반문하니 이대은은 “그러네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이대은은 설레는 표정으로 “내년엔 9이닝을 좀 던져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완투한 적이 없어요. 미국에서 딱 한 번 기회가 있었는데 더블A 때라 100구 이상은 못 던지게 했어요.” 아직까지는 지바 롯데와의 재계약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이대은은 “후반기 10승 욕심에 공에 힘이 많이 들어가 부진했어요. 다음 시즌엔 팀에 좀 더 도움이 돼야죠”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한국에서 뛰는 것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에 직행할 경우 국내 구단과 2년간 계약할 수 없는) 규정상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진주조개는 이물질이 들어와 상처를 내면 그 이물질과 상처를 진주로 감싸고 덮는다고 한다. 상처가 진주를 만든 셈이다. 오랜 시련 끝에 누구보다 빛나고 있는 ‘이대은’이란 진주 역시 마찬가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대은#더블a#롯데#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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