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쇼냐 삼총사냐… 뜨거운 ‘2위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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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로배구 삼성화재에는 ‘몰방(沒放) 배구’가 특효약이었다. 삼성화재(승점 26)는 최근 7연승을 내달리며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2위로 뛰어올랐다.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에 0-3으로 패한 뒤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라운드를 2승 4패로 마감했던 걸 감안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흐름을 바꾼 건 외국인 선수 그로저(31·독일)였다. 4일 현재 그로저는 14경기 44세트를 뛰면서 총 407점을 올려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득점 2위 OK저축은행 시몬(28·쿠바·356점)은 그로저보다 11세트를 더 뛰었지만 득점은 51점이 적다. 그만큼 삼성화재가 그로저에게 많이 의존했다는 뜻이다.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이 맞붙은 지난달 29일 대전 경기 때 5세트에서 그로저는 공격 점유율 90.9%를 기록했다. 전체 공격 시도 11개 중 10개가 그로저의 몫이었다. 승부처에서는 어김없이 그로저에게 토스가 올라갔던 것이다. 7연승하는 동안 그로저의 공격 점유율은 53.9%로 지난 시즌 56.7%를 기록했던 레오(25·쿠바)와 큰 차이가 없다.

삼성화재에 승점 1점이 뒤져 있는 3위 현대캐피탈은 반대다. 이번 시즌 ‘스피드 배구’를 표방한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오레올(29·쿠바)이 전체 공격 중 34.6%를, 토종 선수 문성민(29)이 전체 공격의 31.1%를 책임지고 있다. 현대캐피탈에서는 제3 공격 옵션인 박주형(28)의 공격 점유율이 13.3%인데 삼성화재는 류윤식(26)이 13.1%로 토종 선수 중 가장 공격 점유율이 높다.

이상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물론 세계무대에서 한국 배구가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현대캐피탈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 하지만 리그 우승이 목적인 프로배구에서 삼성화재 방식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 역시 “서로 다른 스타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은 그저 무시무시한 그로저의 서브를 어떻게 받을까 고민할 뿐”이라며 웃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삼성화재#ok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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