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 vs ‘천재 소녀’ 리디아 고…본격 대결 구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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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천재 소녀 리디아 고(18)가 그린에서 사용하는 볼마커에는 자신의 성을 딴 ‘KO’라는 글자가 새겨져 반짝거린다.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는 14일 ‘전설이 자라고 있다. 리디아가 에비앙챔피언십을 KO(녹아웃) 시켰다’고 보도했다. 13일 끝난 이 대회에서 역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에 오르며 새 역사를 쓴 리디아 고를 향한 찬사였다.

아마추어 시절 LPGA투어 최연소 우승과 최연소 2연패 등 갖가지 이정표를 세웠던 리디아 고는 메이저 대회 정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오히려 성적 부진에 시달렸다.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는 최다 연속 언더파 행진을 멈추며 2,3,4라운드 연속 오버파를 기록한 끝에 공동 51위에 그쳤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 어린 가슴 한쪽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던 메이저 징크스를 털어냈다. 우승 직후 그가 “최연소 우승 보다 메이저 첫 승이 더 기쁘다”며 눈물까지 흘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리디아 고가 메이저 퀸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K’와 ‘O’의 조합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Korea)’과 ‘올림픽’이 바로 두 가지 요소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리디아 고는 우승 후 “뉴질랜드 국기를 달고 경기를 하지만 내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뛰어난 실력을 지닌 한국 언니들과 경쟁하면서 많이 배워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를 허용한 이미향은 리디아 고에게 물세례를 하며 축하했다.

리디아 고는 골프가 다시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한 야망도 드러냈다.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다. 올림픽 출전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골프 여왕을 둘러싼 리디아 고와 박인비(27)의 대결 구도는 더욱 뜨겁게 됐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LPGA투어에서 상금, 평균 타수, 올해의 선수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3개 부문에서 모두 2위인 세계 랭킹 2위 리디아 고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박인비 역시 내년 올림픽에 출전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는 포부를 자주 밝혔다. 에비앙챔피언십에서 5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는 ‘슈퍼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박인비는 “리디아 고 같은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새로운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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