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래머 박인비]세계가 주목하는 ‘골프 女帝’ 모두가 응원하는 한국의 자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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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
KB금융그룹, 적극적인 후원으로 ‘글로벌 스타’ 키워내

‘골프 여제’ 박인비(27)는 3일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박인비는 자신을 롤모델로 삼은 많은 후배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게 됐다.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가 열린 지난달 31일 대회 코스인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코스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등대를 배경으로 9번홀에서 샷을 하고 있는 박인비. 턴베리=AP 뉴시스
‘골프 여제’ 박인비(27)는 3일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박인비는 자신을 롤모델로 삼은 많은 후배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게 됐다.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가 열린 지난달 31일 대회 코스인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코스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등대를 배경으로 9번홀에서 샷을 하고 있는 박인비. 턴베리=AP 뉴시스
프로골퍼에게 모자는 자부심의 상징물이라는 얘기가 있다. 노출이 가장 잘 되는 모자 정면에 자신의 메인 스폰서 기업 로고를 새기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 여제’ 박인비(27)는 한때 아무 로고가 없는 흰 모자를 쓰고 다닌 적이 있다. 박인비가 만 1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US여자오픈 챔피언에 올랐던 2008년의 일이다. 당시 현지 취재를 갔던 기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로고가 찍힌 박인비의 모자가 의아해 관련 기사까지 썼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박인비는 투어 데뷔 2년차의 무명에 가까워 그를 주목한 기업은 없었다. 박인비가 LPGA에서 선수들에게 지급한 모자를 착용한 이유였다.

박인비는 2011년부터 3년 가까이 다시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2012년 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을 계기로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나 제2의 전성기를 열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탄탄한 중소기업체를 경영하고 있어 투어 활동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자존심이 상할 노릇이었다. 좋은 성적에도 스폰서가 없다보니 외모지상주의 논란까지 일었다. 그래도 박인비는 “동급이라면 예쁜 선수를 선호하는 세태를 이해한다. 내가 압도적인 실력을 갖춰야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박인비가 2013년 5월 2일 KB금융그룹과 4년간의 메인스폰서 계약을 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 박인비는 그해 메이저 3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며 역대 개인 최고인 시즌 6승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3년 연속 우승한 데 이어 3일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그토록 원했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기록을 달성한 뒤 4일 귀국할 때 박인비가 쓴 모자에는 KB금융그룹의 로고가 박혀 있었다.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인비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인비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은 평소 박인비의 생일이나 우승했을 때 축하 꽃다발과 축전 등을 보내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최근에는 박인비의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식품 지원을 담당 직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박인비의 눈부신 활약 속에 KB금융그룹은 국내외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를 통해 이미지 제고에 성공하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박인비 우승 자체가 국가적인 경사이기 때문에 홍보 효과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다”며 “박인비 선수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물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마케팅에서 차별화된 접근으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았다. KB금융그룹의 관계자는 “우리는 스타가 아닌 루키에 주목한다. 될성부른 떡잎을 찾는 방식으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꿈을 그리고, 그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면 정말로 그 꿈이 이뤄진다는 KB금융의 경영철학과 괘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은 골프뿐 아니라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와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 등의 운영에서도 남다른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KB스타즈는 새로운 안방인 충북 청주시에서 흥행 몰이에 나서며 연고지 정착의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KB금융그룹 직원들이 서포터스를 구성해 농구와 배구를 번갈아 응원하는 것도 독특한 문화다.

‘피겨 여왕’ 김연아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도 KB금융그룹의 후원 속에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0년 KB금융그룹과 계약한 손연재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수영, 빙상, 컬링, 봅슬레이 등 비인기 종목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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