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야구꿈나무 때문에 진땀 흘린 고종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3일 05시 45분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넥센 고종욱(26)은 머쓱한지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달 31일 마산 원정경기 6전패를 끊고 마침내 시즌 첫 승을 올린 직후였다. 선취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도왔지만 덕아웃까지 찾아온 경기보조요원의 끈질긴 구애(?)에 식은땀을 흘렸다.

사연은 이렇다. NC는 올 시즌 마산 홈경기에서 마산동중과 김해내동중학교 야구부원들을 경기보조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보조요원들은 경기 전 티배팅 때 연습구를 나르고, 경기 중에는 배트 정리 등의 일을 한다. 프로 무대를 동경하는 어린 꿈나무들에겐 환상적인 일. 눈앞에서 펼쳐지는 프로선수들의 경기장면을 지켜볼 수 있어 좋고, 동기부여에도 그만이다.

넥센은 이날 장거리 이동에 따른 휴식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오후 5시 넘어 느지막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라운드에 나와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데, 한 소년이 붙임성 있게 다가왔다. 박병호, 유한준 등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타깃(?)은 고종욱이었다. 동안의 앳된 얼굴과 친근함이 어필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다짜고짜 본색(?)을 드러냈다. 배팅장갑을 달라고 떼를 썼다. 하지만 고종욱은 장갑을 줄 수 없었다. 이번 원정에서 장갑 2켤레를 챙겨왔다. 혹시 모를 예비용이 필요해서 간곡한 청에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타일렀던 꼬마는 경기를 마치고 다시 덕아웃에 나타났다. 은근슬쩍 장갑 얘기를 꺼냈다. 고종욱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다음날(1일) NC 선수에게 부탁해 하나를 구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꼬마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 내일 경기장 안 나오는 데요….” 마산동중은 주중 홈경기에만 나오고, 주말경기는 김해내동중이 나오기로 돼 있던 것. 고종욱은 얼굴을 붉힌 채 웃기만 했다.

마산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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