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엔 더 큰 박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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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호, 프랑스에 져 8강 좌절
GK 김정미, 초반 부상에도 투혼 등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보여
2010 U-20 월드컵 3위 주역 건재… 2019년 월드컵 또 다른 기적 가능

‘맏언니’ 골키퍼 김정미(31·현대제철)는 부상에도 마지막까지 골문을 지켰다. 전반 17분 공중 볼을 처리하려다 박은선(29·로시얀카)의 팔에 부딪혀 오른쪽 광대뼈를 다쳤지만 테이프만 붙인 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주포’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다친 줄도 모르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은 탓이었다.

○ “다른 팀들과 달리 포기하지 않았다”

지소연 대신 투입된 이금민(20·서울시청), 주장 조소현(27·현대제철), 16강행 축포를 터뜨린 김수연(26·KSPO)….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모두 끝까지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한국은 로스터에 있는 23명 중 21명이 월드컵 첫 출전이고, 이번 대회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1골만 넣었다. 오늘 경기에서는 8분 만에 2골을 내줬지만 다른 팀들과 달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2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5 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 4분 만에 마리로르 델리에게 선제골을 내준 데 이어 다시 4분 만에 엘로디 토미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뒤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볼 점유율(38%-62%), 슈팅(9-12), 유효슈팅(3-5)에서 모두 열세였다. 등록선수가 약 8만4000명이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인 프랑스는 등록선수가 1765명에 불과한 한국(18위)이 넘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였다. 세계 1위 독일의 등록선수는 26만2000여 명에 달하고, 4위 일본의 등록선수도 3만 명이 넘는다.

○ 이제 시작… “2019년 프랑스를 향해”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22일(한국 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전을 마친 뒤 한국 응원단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22일(한국 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전을 마친 뒤 한국 응원단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8강 고지를 밟지는 못했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처음으로 단복을 입고 나간 두 번째 월드컵에서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한국 여자축구의 눈은 이제 2019 여자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03년 19세의 나이로 미국 여자월드컵에 출전해 3전 전패를 당했던 김정미는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상대의 전력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김정미의 말처럼 한국 여자축구는 최근 크게 성장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경험한 많은 소녀들이 자발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덕분이다. 이들이 바로 2010년 U-20 월드컵 3위, U-17 월드컵 우승을 이끈 ‘황금세대’다. U-20 월드컵 3위의 주역인 지소연은 당시 인터뷰에서 “1988년생 언니들과 우리, 그리고 (여)민지 또래가 함께할 수 있는 2015년에는 우리도 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과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각각 골을 터뜨린 조소현과 전가을, 원톱 유영아(이상 현대제철), 중앙 미드필더 권하늘(상무), 수비수 김도연(현대제철), 이은미(대교) 등이 1988년생(27세)이다. 공격수 정설빈(25), 수비수 김혜리(25) 임선주(25·이상 현대제철), 미드필더 박희영(24·스포츠토토), 2개의 어시스트를 성공한 강유미(24·KSPO) 등이 지소연과 함께 U-20 월드컵 동료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한 이금민, 이소담(21·스포츠토토)과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여민지(22·스포츠토토) 등이 U-17 월드컵 우승 멤버들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대진 운이 따랐다면 8강도 기대해 볼 만했는데 프랑스가 너무 강했다. 하지만 ‘황금세대’가 아직 젊기 때문에 2019년 여자월드컵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황금세대’는 아니지만 이번 대회에서 주축 역할을 한 1988년생들도 이번이 끝은 아니다.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브라질의 포르미가는 37세이고, 쐐기골로 월드컵 통산 최다 골을 장식한 ‘여자 펠레’ 마르타는 29세다. 22일 현재 5골로 득점 선두인 독일의 아냐 미타크도 30세다. 2015년 프랑스에 울었던 한국 여자축구가 4년 뒤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또 다른 기적을 위해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승건 why@donga.com·유재영 기자
#월드컵#윤덕여#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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