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만 가면 울고 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삼성-KCC-동부-KT, 모비스 홈구장서 유독 약해
‘원정팀의 무덤’ 현상 심화… “응원가만 들어도 속이 울렁”

프로농구 모비스의 안방인 울산 동천체육관. 다른 팀들은 결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삼성은 울산에서 10연패에 빠져 있고 KCC도 9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전 구단을 상대로 안방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모비스의 안방인 울산 동천체육관. 다른 팀들은 결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삼성은 울산에서 10연패에 빠져 있고 KCC도 9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전 구단을 상대로 안방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이 언젠가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울산에 가면 모비스 응원가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울 울 울산 모비스, 승 승 승리하리라’는 가사를 들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모비스가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안방경기를 치를 때는 크라잉 넛의 ‘룩셈부르크’라는 노래의 개사곡을 응원에 사용한다.

KT가 최근 모비스와의 울산 방문경기에서 6연패에 빠져 있는 걸 보면 전 감독의 울렁증도 이해가 된다. KT는 10일 울산에서 모비스를 꺾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모비스 골밑을 지키는 핵심 전력인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장염으로 3쿼터까지 결장했던 것. 하지만 KT는 14개를 시도해 2개만 성공시킨 3점슛의 부진에 발목이 잡혀 결국 ‘울산 징크스’ 탈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에는 울산을 향해서 볼일도 보지 않을 것 같은 감독이 많다. 이상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삼성은 울산에서 10연패에 빠져 있다. 10개 구단을 통틀어 이번 시즌 특정 지역 최다 연패 기록이다. 2위는 KCC로 역시 모비스와의 울산 방문경기에서 9연패에 허덕이고 있다. 장신 선수가 즐비해 ‘산성’으로 불리는 동부도 울산에서는 8연패 중이다. 울산이 방문 팀에는 무덤인 셈이다. 반면 올 시즌 모비스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배경에는 안방 불패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모비스는 울산에 전용 연습장이 따로 없어 동천체육관을 훈련장처럼 쓰고 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전날 경기에 뛰지 않았거나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은 새벽부터 체육관에 나가 슈팅 연습을 한다. 야간에도 훈련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늘 익숙하게 접하던 체육관에서 실제 경기까지 하다 보니 야투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였다.

울산을 방문하는 팀들 대부분은 숙소를 시내 중심부 유흥가에 위치한 호텔로 잡고 있다. 한 프로야구 팀의 폐쇄회로(CC)TV 사찰로 문제가 됐던 그 호텔이다. 아무래도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재학 감독은 2004년 전자랜드를 떠나 모비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나머지 9개 구단을 상대로 안방경기에서 모두 통산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고 있다. 모비스에 오기 전에 그가 몸담았던 대우, 신세기 등의 연고지는 모두 인천이었다. 묘하게도 유 감독이 모비스 이적 후 통산 방문경기에서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한 지역은 현재 전자랜드의 안방인 인천으로 승률 0.452다.

11일 경기에서 8위 LG는 유병훈이 21점을 터뜨린 데 힘입어 4위 오리온스를 91-80으로 완파했다. 7위 인삼공사는 최하위 삼성을 5연패에 빠뜨리며 80-78로 이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울산#모비스#프로 농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