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 박해민, 승리 만든 발과 다이빙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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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1월 8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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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해민. 스포츠동아DB
삼성 박해민. 스포츠동아DB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KS) 3차전이 열린 7일 목동구장. 삼성의 외야수 박해민(24)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일거수일거족을 관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렸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박해민을 주시했다.

● 아픈 몸에도 부모와 팀 걱정

박해민은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며 “잘 잤다”고 말했다. 타격훈련을 마치고는 “아프지 않다”고 웃었다. 누상을 몇 차례 돌고나서는 곧장 수비훈련이 이어졌다. 우투좌타인 그는 오른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반창고를 이용해 하나로 동여매고 글러브에 손가락을 넣었지만 통증이 있었다. 내야수 글러브는 5개의 손가락이 따로 들어가게 제작되지만, 외야수 글러브는 주로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한군데로 들어가게 만들어진다. 손가락이 들어가는 곳이 총 4군데라는 뜻. 결국 박해민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분리해 다섯 손가락을 모두 따로 넣을 수 있는 글러브를 착용하고 나와서는 마침내 “OK” 사인을 냈다. 그는 부상 부위에 대해 “오늘 점검을 하기로 했는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충분히 괜찮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해민은 KS 2차전에서 7번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3회 사구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베이스에 왼손 약지가 걸리면서 부상을 당했다. 한참을 필드 위에서 쓰러져 있었으나 교체를 거부하고 2루주자로 남아 기어코 이지영의 적시타 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러나 4회 수비 상황에서 김헌곤과 교체돼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고, 검진 결과 왼쪽 약지의 인대가 50% 가량을 손상됐다는 소견을 들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3차전 이후 출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KS 2차전을 마치고 속이 많이 상했다. 이동일(6일)에는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었을 정도였다. 박해민은 KS 3차전을 치르기 위해 목동구장에 도착한 뒤 “부모님께서 ‘2경기 출전한 게 어디냐. 경험이 큰 자산이다’고 격려해주셨지만 상심이 크실 것 같다”며 오히려 부모를 걱정했다. “팀에게 해를 끼친 것 같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신일고와 한양대를 나온 박해민은 2012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올 시즌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5월 중순부터 중견수를 꿰찼다. 배영섭의 군 입대와 정형식 등의 부진으로 무주공산이 된 주전 중견수 자리는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범위와 주루플레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타율 0.297에 36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에도 이름을 걸쳤다.

KS 3차전에선 김헌곤이 7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박해민에 대해 “타격은 힘들지 않겠나. 대주자는 될 것 같다”고 잔여경기 쓰임새를 밝혔다. 하지만 박해민의 출전 의지가 강해 언제든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전 타격훈련을 소화한 뒤 “타격을 해봤는데 의외로 괜찮다”는 의사까지 나타냈다. 그러나 이날 선발투수가 좌완 오재영인 데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우타자인 김헌곤이 선발출장하게 됐다.

박해민은 “안 좋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 팀에 누를 끼치는 것이다. 괜찮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헌곤이 형과 다른 형들을 믿는다. 참고 해보려고 한다.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게 웃었다.

● 팀 승리 이끈 멋진 다이빙캐치

KS 3차전에서 교체투입된 박해민은 아픈 몸을 이끌고 팀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장기인 빠른 발과 호수비가 곁들여졌다. 8회 최형우의 좌전안타 때 대주자로 교체투입된 그는 2사 후 이승엽의 높이 뜬 행운의 중전안타 때 전력으로 베이스를 돌며 1-1 균형을 이루는 동점 득점을 뽑았다. 9회초 박한이의 역전 2점홈런으로 경기를 단숨에 3-1로 뒤집은 뒤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는 멋진 다이빙캐치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선두타자 유한준이 마무리투수 임창용을 상대로 중견수 앞으로 빠르게 뻗는 안타성 타구를 때렸다. 박해민은 빠른 발을 이용해 전력으로 앞을 향해 뛰어들었고, 이내 몸을 날리며 글러브를 뻗었다. 넘어진 그의 글러브에는 공이 들어 있었다. 삼성팬들은 연신 그의 이름을 외쳤고,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왔다. 박해민의 허슬플레이가 아니었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 1승 이상의 가치를 올린 멋진 수비로 가을야구를 수놓았다. 그의 부상 투혼에 힘입어 삼성은 2승1패로 앞서 나갔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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