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LPGA 우승 허미정, 아빠 캐디와 함께 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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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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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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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려온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린 허미정(25)은 눈물을 쏟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딸의 등을 두드려줬다.

22일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 RTJ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 세계 랭킹 93위 허미정은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해 세계 1위 스테이시 루이스(17언더파 271타)를 4타차로 제쳤다. 이로써 허미정은 신인 때인 2009년 첫 승을 거둔 뒤 5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며 나흘 동안 자신의 캐디를 맡아 동행해준 아버지 허관무 씨(60)와 기쁨을 나눴다.

경기 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허미정의 목소리는 밝았다. "울고 싶어서 운 게 아니라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라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빠 덕분에 마음이 편했어요."

이번 대회 기간 허미정은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평소 쓰던 5kg도 넘는 투어백 대신 1.3kg에 불과한 스탠드 백을 사용했다. "1년에 한 대회는 가벼운 백을 쓸 수 있도록 한 LPGA투어 규정이 있어요. 앞으론 허리가 안 좋은 아빠가 힘드실까봐 캐디 부탁은 더 못할 것 같아요."

국가대표 출신 유망주였던 허미정은 2011년부터 스윙 교체 후유증으로 3년 가까이 슬럼프에 허덕였다. 허미정은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확실한 구질이 있어야 했다. 페이드 대신 드로 구질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몸에 배인 스윙을 버리고 안하던 걸 하니까 혼란에 빠졌다. 골프가 참 안돼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도 예선 탈락을 반복하며 내년 시즌 출전권까지 놓칠 위기에 몰린 허미정은 두 달 전 미국 올랜도에서 댈러스 부근으로 이사까지 했다. 분위기를 바꿔볼 의도였다. 성적 부진으로 함께 하던 전담 캐디까지 지난달 떠나보낸 허미정은 9월 들어 스윙에 자신이 붙으면서 평소 장기였던 퍼팅까지 살아났다.

포틀랜드 대회와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연이어 톱10에 들었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버지에게 1년 만에 다시 캐디를 맡아달라고 했다. "2년 전 이번 대회와 같은 코스에서 열렸던 대회 때 아빠가 캐디를 해주셔서 공동 3위를 했거든요. 퍼팅 라인을 아주 잘 보세요. 캐디피 아꼈으니 아빠 원하는 거 뭐든 사드려야죠." 허미정은 우승 상금 19만5000 달러(약 2억400만 원)를 포함해 9월에만 상금으로만 41만 달러(약 4억3000만 원)를 벌었다. 올 시즌 허미정의 평균 퍼팅 수는 28.77개. 박인비(28.9개)를 제치고 1위다.

고향 대전에서 의류사업을 하다 딸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허관무 씨는 "다 관두고 한국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으니 이런 날이 왔다"며 흐뭇해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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