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하위’ 홍익대 우승 지휘한 장채근 감독의 감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8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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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장채근 감독이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결승전에서 단국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야구협회
홍익대 장채근 감독이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결승전에서 단국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야구협회
홍익대 팀 창단 후 사상 첫 대학야구 하계리그전 우승
해태시절 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 대학야구에 이식
“삼세판이라고 했죠. 한국시리즈 MVP보다 더 기분좋아”


“하늘을 날아갈 것 같습니다.”

‘노지심’ 장채근(50) 감독이 이끄는 홍익대가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하계리그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 시절 숱하게 우승을 경험한 장 감독이지만, 감독으로 첫 우승을 하자 또 다른 감정이 밀려드는 모양이었다. 그는 “선수로서 한국시리즈 MVP가 됐을 때보다 지금 기분이 더 좋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홍익대는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결승전에서 단국대를 8-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홍익대가 대학무대에서 춘·하계리그전을 통틀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대회 우승도 2004년 제38회 대통령기 이후 10년 만이다.

2회초 상대 투수의 제구력 난조로 볼넷 3개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은 홍익대는 1번 이정현의 밀어내기 사구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2사후 3번 이태훈이 3타점짜리 싹쓸이 3루타를 날리면서 4-0으로 달아나 기선을 제압했다. 4-1로 쫓긴 5회초에 2점을 추가해 6-1로 앞설 때까지만 해도 쉽게 우승 고지를 밟는 듯했다. 그러나 단국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5회말 한꺼번에 5점을 뽑아내며 6-6 동점을 만들었다. 홍익대는 8회초 1사 후 볼넷으로 나간 1번 이정현이 과감한 연속 도루로 3루까지 진출한 뒤 2번 김민섭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9회초 상대의 연이은 실책으로 다시 한 점을 추가하며 8-6으로 앞선 홍익대는 9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8번 최형종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장채근 감독이 이끄는 홍익대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결승전에서 단국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야구협회
장채근 감독이 이끄는 홍익대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결승전에서 단국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야구협회

홍익대의 우승은 그 자체로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장 감독이 2011년 9월 처음 사령탑을 맡았을 때만 해도 홍익대는 대학야구에서도 만년 하위팀이었다. 그러나 장 감독이 부임한 뒤 홍익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 측도 야구부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면서 많은 애정을 쏟았다. 지난해 비록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2차례나 결승에 올라 준우승(춘계리그·대통령기)을 하면서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마침내 우승 고지를 밟으면서 더 이상 ‘대학야구의 변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완전히 입증했다.

장 감독은 현역 시절 우승과 인연이 깊었다. 1986년 해태에 입단한 그는 1년 선배인 선동열(현 KIA 감독)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며 19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1991년과 1993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1995년 쌍방울로 이적해 10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1988년 26홈런(2위), 1993년 23홈런(5위)을 기록하는 등 일발 장타력을 갖춘 듬직한 포수로 깊은 인상을 심었고, 3차례(1988년, 1991~1992년)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 빙그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467(15타수 7안타),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은퇴 후 해태와 KIA, 히어로즈 등에서 코치를 맡아 후진을 양성하다 2011년 9월 홍익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광주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해 인연이 없었지만 홍익대는 장 감독을 과감하게 발탁했고, 그는 이번에 우승으로 홍익대에 답례를 하게 됐다.

장 감독은 “작년 준우승만 두 번 했는데, 삼세판이라고 이번에 3번째 결승 진출에서 마침내 우승을 하게 됐다”고 감격스러워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장하다. 내가 선수로서 한국시리즈 MVP를 탔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며 호통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내가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에 홍익대는 1년 동안 3~4승 하던 팀이었는데 지난해 17승을 했고 준우승도 두 번 했다. 그리고 이번에 우승을 하게 됐다. 우리 팀은 아직 강한 전력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강훈련에도 불구하고 나를 많이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교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사장님께서 야구부를 많이 도와주신다. 부담을 느끼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보답을 한 것 같아 다행이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 2014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시상 내역
▲우승=홍익대
▲준우승=단국대
▲3위=동국대, 경희대
▲최우수선수(MVP)=김재영(홍익대 투수)
▲우수투수상=허률(홍익대 투수)
▲감투상=이창재(단국대 투수)
▲수훈상=김민섭(홍익대 좌익수)
▲타격상=김주현(경희대 1루수) 0.593(27타수16안타)
▲타점상=허승혁(홍익대 지명타자) 15타점
▲도루상=이재율(영남대 우익수) 10도루
▲홈런상=신민기(단국대 1루수) 3홈런
▲감독상=장채근(홍익대 감독)
▲공로상=심수만(홍익대 체육부장)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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