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눈 뜨게 한 이승엽의 홈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6일 06시 40분


삼성 간판타자 이승엽(38)이 25일 대구 넥센전에서 시즌 8호 홈런을 치고 들어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삼성은 11연승을 질주했다. 이승엽의 홈런 소식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잠시 눈을 번쩍 뜬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선명한 반응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구단 측에 “이렇게 잘 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간판타자 이승엽(38)이 25일 대구 넥센전에서 시즌 8호 홈런을 치고 들어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삼성은 11연승을 질주했다. 이승엽의 홈런 소식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잠시 눈을 번쩍 뜬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선명한 반응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구단 측에 “이렇게 잘 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11연승 하던 날…병실에선 무슨 일이?

야구 좋아하던 이 회장 위해 틀어놓은 야구중계
이승엽 쐐기 3점홈런 TV소리에 이회장 눈 번쩍
이재용 부회장 삼성 야구단에 고맙다는 뜻 전해
주인공 이승엽 “야구 선수로서 정말 행복한 일”

“이승엽 홈런! 담장을 넘어갑니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외침이었다. 삼성 이승엽(38)의 시즌 여덟 번째 홈런 소식에 병상의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이 잠시 눈을 크게 떴다. ‘라이언 킹’의 홈런이 전한 희망의 메시지가 삼성 구단을 넘어 그룹에까지 전해졌다.

삼성이 18-2로 대승을 거둔 25일 대구 넥센전 직후, 김인 사장이 이례적으로 선수들을 한데 모았다. 김 사장은 긴장한 류중일 감독과 선수단 앞에서 놀라운 소식을 들려줬다. 류 감독은 “듣는 순간 목 뒤쪽에서부터 전율이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 병상의 이건희 회장, ‘라이언 킹’의 홈런에 눈 번쩍

내용은 이렇다. 김 사장은 경기 도중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 측근은 김 사장에게 “부회장님께서 삼성 선수들에게 이렇게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뜻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단순히 이날 삼성 타선이 장단 23안타를 때려내며 11연승을 이어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은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19일 일반병실로 옮겼지만, 가끔 눈을 깜빡이기만 할 뿐 의식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25일 이 회장의 병실에 모였고, 평소 야구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위해 삼성의 야구중계를 틀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삼성 이승엽이 3회말 2사 2·3루서 쐐기 3점포(시즌 8호)를 작렬하는 순간, TV에서 흘러나오는 외침에 이 회장이 눈을 번쩍 뜬 것이다. 가족 모두가 놀랄 만큼 선명한 반응에 이 부회장도 감격하고 말았다.

● 감동 받은 류중일 감독과 선수단 “더 열심히 하겠다”

김 사장은 놀라 술렁거리는 선수단에게 “우리가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렇게 모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도 감독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자”고 박수를 쳤다. 삼성은 이날 11연승으로 류 감독 부임(2011년) 이후 최다 연승 기록을 다시 썼다. 특히 타선이 대폭발한 3회말이 압권이었다. 역대 최다 기록 타이에 해당하는 8연속타자 안타를 포함해 총 10개의 안타(이승엽의 홈런 포함)를 쏟아내며 11점을 쓸어 담았다. 류 감독은 “매번 회장님 소식을 뉴스로만 접했는데, 직접 우리 경기를 보고 힘을 내셨다고 하니 더 좋은 경기를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며 “회장님의 쾌유를 빈다. 우리 팀도 계속 힘이 돼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홈런 친 이승엽 “야구선수로서 행복한 일”

홈런의 주역 이승엽도 뿌듯하기는 마찬가지다. “야구선수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최근 5경기에서 홈런 4개에 9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안 그래도 류 감독은 경기 전 연승행진의 가장 큰 비결로 베테랑 이승엽과 임창용의 ‘솔선수범’을 꼽기도 했다. 류 감독은 “이승엽과 임창용은 여전히 그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경기를 준비한다. 그렇게 야구를 잘했던 선배들이 먼저 열심히 하는데 어느 선수가 대충할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경기 후에도 이승엽에 대한 신뢰를 아낌없이 표현했다. “이승엽은 항상 우리 팀 키플레이어다. 그가 6번타자 자리에서 잘 쳐주면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우리 타선 전체가 힘을 낸다”고 했다. 류 감독이 지휘하고 이승엽이 앞장서 이끄는 삼성의 폭풍 질주. 지금 한국프로야구는 ‘삼성 천하’다.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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