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성공한 전향 타자 ‘3년 법칙’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0일 06시 40분


이승엽 이대호 채태인(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공통점은 프로에 입단한 뒤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해 성공한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아마추어 시절 최고의 투수였지만 프로에서 타자로 변신해 3년 만에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NC 나성범(왼쪽 위)도 타자 전향 
3년 만에 잠재력이 폭발해 ‘성공한 전향 타자’ 선배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이승엽 이대호 채태인(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공통점은 프로에 입단한 뒤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해 성공한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아마추어 시절 최고의 투수였지만 프로에서 타자로 변신해 3년 만에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NC 나성범(왼쪽 위)도 타자 전향 3년 만에 잠재력이 폭발해 ‘성공한 전향 타자’ 선배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이승엽·이대호 등 전향 후 3번째 시즌 잠재력 폭발
나성범 41경기 11홈런…1997년 이승엽과 비슷
자나깨나 타격 생각…2년 간 끝없는 노력의 결실


투수에서 타자 변신 성공 3년의 법칙. 1995년 121경기에서 타율 0.285, 13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1996년 122경기에서 타율 0.303, 9홈런을 날렸다. 10개 안팎의 홈런과 3할 타율. 준수한 성적이다. 그러나 이 타자는 1997년 타율 0.329에 32홈런을 때리며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됐다. 주인공은 삼성 이승엽이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롯데 1군 멤버로 뛰기 시작한 이대호(현 소프트뱅크)는 3년째인 2004년 처음으로 20개 이상 홈런(26개)을 치며 거포 반열에 올랐다. 2007년 데뷔한 삼성 채태인은 역시 3년째인 2009년 타율 0.293에 17홈런을 기록하며 정상급 타자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이승엽, 이대호, 채태인.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프로에 입단한 뒤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똑같이 본격적으로 타자로 전향한지 3시즌 째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또 한명의 타자 전향 선수가 2014년 3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2012년 NC에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자 변신을 한 나성범은 3시즌 째인 올해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성범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한 NC 김경문 감독은 “프로에 입단했는데 갑자기 감독이 방망이를 잡으라고 하니 처음에는 얼마나 싫었겠냐. 그러나 지금은 다시 투수하라고 하면 절대 안한다고 그럴 것 같다. 방망이 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시기다”라고 말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03에 16홈런을 기록한 나성범은 2013년 1군에서 타율 0.243, 14홈런의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은 41경기에서 이미 11개의 홈런을 날리고 있다. 리그 2위의 기록이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1997년 이승엽이 기록한 32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페이스다.

나성범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 꼭 맞는 타격스타일을 찾았다. 나성범은 “프로에서 타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좌완 스페셜리스트 투수들과 승부가 정말 어려웠다. 단 한 명의 좌타자에게 공을 던지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의 무서운 집중력과 생소한 변화구에 당하고 나면 페이스가 흔들려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왼손투수들을 상대하고 또한 자신만의 타격리듬을 잃지 않는 노하우를 갖게 됐다.

이승엽과 이대호, 채태인 등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이승엽은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문득 타격에 대해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코치에게 부탁해 새벽에 훈련을 하기도 했다. 2시즌 동안 다양한 타격기술을 습득했고 백인천 전 감독을 만나 한 단계 올라서며 최고의 홈런타자가 됐다.

이승엽, 이대호, 채태인, 나성범은 아마추어시절 최고의 투수였지만 역시 야수로도 팀의 중심타자였다.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 1번을 주로 맡았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았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다. 아마추어 최고의 타자가 1군에서 실패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투수에서 타자 변신 성공 3년의 법칙 뒤에는 2년간의 끝없는 노력이 있다. 수만 번의 스윙은 기술적인 발전과 함께 더 이상 투수가 아닌 타자에 적합한 근육을 선물했다. 변신의 가장 큰 성공비결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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