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내 사랑 빙속, 첫사랑 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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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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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목 훈련 병행하는 빙속 장거리 간판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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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첫사랑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산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승훈에게는 다른 점이 있다. 요즘에도 첫사랑과 즐겁게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스케이트 선수로서 그의 첫사랑은 쇼트트랙이다. 어릴 적부터 쇼트트랙을 탔고 2009년 하얼빈 겨울유니버시아드 대회 쇼트트랙에서는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쇼트트랙은 내 첫사랑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스피드스케이트로 전향한 것은 2009년 4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부터 지구력 하나만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에도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첫사랑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음 달 열리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다시 쇼트트랙에 매달리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쇼트트랙 대표팀의 일원으로 움직이고 있다.

22일 쇼트트랙 대표팀과 함께 전지훈련차 출국한 이승훈. 오른쪽은 쇼트트랙 최광복 감독.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2일 쇼트트랙 대표팀과 함께 전지훈련차 출국한 이승훈. 오른쪽은 쇼트트랙 최광복 감독.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남녀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은 22일 프랑스 퐁로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가족들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출국하는 선수단 속에는 이승훈도 있었다. 이승훈은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인 퐁로뫼에서 훈련을 하다 29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의 전지 훈련지인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으로 이동한다.

이승훈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모든 훈련 일정을 소화해 왔다. 쇼트트랙 훈련을 하다 짬을 내 스피드스케이트를 탔다. 훈련 일정만 보면 그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지 쇼트트랙 선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훈련은 무엇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1만 m 훈련은 나와의 싸움이다. 혼자 타다 보니 지루할 때도 있고 심지어 고독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쇼트트랙은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탄다. 훈련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스케이팅이 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효과는 코너링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승훈은 “400m 트랙을 도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은 100m 남짓한 작은 원을 돈다. 코너링 훈련이 집중적으로 되면서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 역시 이승훈의 합류를 반기고 있다. 남자 대표팀의 이한빈(26)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답게 뛰어난 스케이팅 기술을 가지고 있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최광복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도 “우리 선수들도 가끔 20바퀴 이상 도는 장거리 훈련을 하는데 그럴 때는 장거리 선수인 이승훈이 앞장서서 쇼트트랙 선수들을 이끌며 스케이팅을 한다. 그 지구력을 따라잡으려는 것 자체가 좋은 훈련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마이 페이스’를 강조했다. 남자 대표팀의 신다운은 “러시아 대표인 안현수 형이 요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너무 의식하면 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도 힘들 수 있다.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걸 최대한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 기대주인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도 발목 부상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이 힘들어진 중국 대표팀의 에이스 왕멍에 대해 “어떤 상황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왕멍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다. 하던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스피드스케이팅#이승훈#쇼트트랙#소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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