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한화 ‘추석 연휴의 기적’…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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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8일 07시 00분


1999년 한화는 추석의 기적을 만들었다. 추석 연휴 시작과 함께 상승세를 탄 한화는 시즌 막판 10연승을 달리며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스포츠동아DB
1999년 한화는 추석의 기적을 만들었다. 추석 연휴 시작과 함께 상승세를 탄 한화는 시즌 막판 10연승을 달리며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출범 후 31번의 추석연휴
1986년 OB는 웃고 최동원은 울고


프로야구선수에게 추석은 없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나눠먹는 시간에 정작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치열한 승부를 겨뤄야 한다. 심지어 평소보다 열기는 더 뜨겁다. 포스트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막바지 개인타이틀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명장면도 숱하게 탄생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1번의 추석 연휴를 거치는 동안, 야구장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 1986년=OB의 PS 티켓과 최동원의 20승 실패

OB의 포스트시즌 티켓과 롯데 최동원의 사상 첫 3년 연속 20승이라는 대기록이 정면충돌했다. 그해 OB는 서울 라이벌 MBC와 치열하게 후기 우승을 다투고 있었다. 추석 하루 전인 9월 17일 롯데와 만났는데, 이날 패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될 위기였다. 게다가 하필이면 롯데 선발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0승에 도전하던 에이스 최동원(작고). 최동원은 8회까지 단 1점만 내주면서 대기록의 문턱까지 다가서는 듯했다. 그러나 9회말 OB 김형석이 극적인 3-3 동점 홈런을 때려냈고, 결국 승자는 OB였다. OB는 후기 1위로 가을잔치에 나섰고, 최동원의 대기록은 허망하게 무산됐다.

● 1990년=한대화-이강돈-노찬엽의 타격왕 3파전

그해 추석(10월 3일) 연휴는 무려 6일. 최고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LG 노찬엽-빙그레 이강돈-해태 한대화가 1리차 타격왕 싸움에 한창이었다. 노찬엽은 연휴 첫 날이던 9월 28일까지 타율 0.334로 1위를 달렸지만, 29일 OB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고의4구를 2개나 지시한 ‘라이벌’ OB의 방해공작에 밀려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최종 타율은 0.333. LG는 이날 타격왕을 배출하는 대신 9회말 김동수의 극적인 끝내기홈런으로 1-0 승리를 챙기면서 첫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어진 30일은 이강돈의 날이었다. 4타수 2안타로 타율 0.33486을 마크했고, 결국 노찬엽을 넘어선 채 시즌을 끝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타격왕은 거의 확정된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한대화가 급부상했다. 10월 1일과 2일 이틀간 4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0.33493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할푼리’는 물론 ‘모’까지 같아(반올림 결과) 결국 소수점 아래 5번째 자리인 ‘사’에서 희비가 갈렸다.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 듯한 전쟁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던 한가위의 방망이 싸움이었다.

● 1995·1998년=OB와 해태의 악연과 희비

1995년 OB와 해태는 추석 연휴였던 9월 8∼10일 광주구장에서 더블헤더를 포함한 4연전을 치렀다. OB에게는 정규시즌 1위, 해태에게는 포스트시즌 티켓이 걸린 빅매치였다. OB는 이 4경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이겼고, 여세를 몰아 선두에 올라있던 ‘잠실 라이벌’ LG를 추격해 결국 0.5경기차로 극적인 페넌트레이스 역전 1위를 차지했다. 내친 김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낸 것은 물론이다. 반면 해태는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온 홈팬들 앞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가을잔치 티켓을 빼앗겼다.

해태가 겪은 아픔은 안타깝게도 3년 뒤 반복됐다. 1998년 추석 때였다. 해태는 OB와의 2연전에서 1무1패만 하면 4강이 확정되는 상황. OB는 2연승을 거둬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다. 당연히 큰 부담이 없는 해태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첫날 마무리 임창용이 블론세이브를 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믿었던 에이스 이대진이 최악의 피칭으로 무너졌다. 결국 이 2패 탓에 해태는 5위로 밀려나 가을잔치와 멀어졌다.

● 1999년=한화가 만들어낸 10연승의 기적

한화의 유일한 우승은 ‘추석 연휴의 기적’이 만들어냈다. 양대리그 체제였던 당시, 매직리그 2위 한화는 1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드림리그 3위 현대보다 4.5경기차 뒤져 있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양 팀이 3전2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열어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려야만 했다. 그러나 한화는 추석 연휴가 시작하자마자 무서운 기세를 뽐냈다. 맞수였던 현대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파죽의 10연승을 내달렸다. 더 이상 준플레이오프는 치를 필요가 없어졌다. 한화는 결국 그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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