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크] 이운재 “안정감이 중요한거 알지” 정성룡 “포커페이스 명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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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1일 07시 00분


전현직 국가대표 골키퍼 이운재(왼쪽)-정성룡이 20일 경기도 화성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드림캠프에 참석해 유소년 골키퍼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전현직 국가대표 골키퍼 이운재(왼쪽)-정성룡이 20일 경기도 화성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드림캠프에 참석해 유소년 골키퍼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 전현직 국가대표 수문장 이운재 정성룡

-이운재

요즘은 지도자수업으로 바쁘죠
정성룡 이미 최고…날 넘어설 것
정상 지키려면 더 갈고 닦아야

-정성룡

운재 형의 2002년 페널티킥 선방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죠?
흔들림없는 GK 되기 위해 노력

전·현직 대표팀 골키퍼가 한 자리에 모였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운재(40)와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의 주역 정성룡(28)이 20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둘은 이날 삼성 스포츠단 소속 선수들이 매달 유망주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멘토링을 하는 재능기부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드림캠프’에 참석해 원 포인트 레슨을 했다. 정성룡은 현재 수원의 주전 수문장이고, 이운재는 전남 이적 직전인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수원 골문을 지켰다. 둘이 나눈 대화를 지면에 싣는다.

정성룡(이하 정) :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운재(이하 이) : 작년 12월 은퇴한 뒤 지도자 자격증 따고,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강습회보조강사를 하며 잘 지내. 클럽하우스 방문은 오랜만이네. 낯선데.

정 : 형 은퇴식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 계획 바꾸고 참석했어요. 형에게 꼭 힘이 되고 싶었고. 제게 많은 걸 가르쳐준 소중한 인연이고.

이 : 깜짝 놀랐어. 후배가 꽃다발을 주니 더 감동했고. 내가 전남에서 현역을 끝냈지만 그 때 내 자리에서 네가 잘 지키고 있잖아.

정 : 아뇨, 계속 여쭤보고 싶은데.

이 : 긴 안목을 가져. 시간이 쌓여야 부족함을 채울 수 있어. 그래도 내가 볼 때는 넌 어쩔 수 없이 골키퍼를 할 팔자야.

정 : 아, 왜요?

이 : 체격이 좋고, 성격과 행동이 안정됐잖아. 흔들림 없이 같은 표정을 유지하고. 포커페이스, 그게 좋은 골키퍼야.

● 슈퍼세이브 & 월드컵

정 : 골키퍼는 안정감이 중요하잖아요. 예전 형이 해준 말을 기억해요. 실점할 수도 있지만 항상 똑같이 유지해야 한다고.

이 : 사실 페이스가 일정해야 해. 상대 슛은 사각지대로 많이 꽂히지 않아. 막을 수 있는 것만 확실히 막아도 좋은 골키퍼야. 평범한 슛이 가장 막기 어렵고.

정 : 페널티킥은 어떤가요?

이 : 심리전이잖아. 결국 압박과 불안한 쪽은 키커야. 우린 실점해도 본전이고.

정 : 2002년이 아직도 기억나요. 8강전 스페인 호아킨의 슛을 막고 환호하던 모습. 깍지 낀 형의 모션까지.

이 :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이야기를. 쑥스럽네.

정 : 그런 시절을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이 : 걱정 마. 네게도 그런 순간이 와. 난 마흔을 바라볼 때 남아공월드컵에서 너와 경쟁할 때가 너무 기뻤어. 뛰든 못 뛰든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정 : 기회가 올 거란 기대를 안 했죠. 최대한 형들 몫까지 하자는 생각? 뉴스에서만 접한 형과 한 자리에 있던 시간이 꿈만 같았죠.

이 : 대견했어. 월드컵이 주는 중압감은 누구도 몰라. 한 순간에 골키퍼는 사라질 수 있거든.

정 : 도전보다는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버텼죠.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개인 훈련도 하고 그랬죠.

이 : 앞만 보고 행복하게 달렸더니 어느새 정상이더라. 이를 유지하는 게 버겁지. 그 자리를 지키려 했고, 성공하려는 선수들은 최고를 지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는 걸 모두가 알아줬으면 해.

정 : 그 말 기억해요. 얼마 전 대표팀에 소집됐을 때 김봉수 (GK)코치님이 조언을 해주셨어요. ‘골키퍼라는 인생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상황이든 흔들림 없이 버틸 때 한 걸음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거’라고.

이 : 넌 충분히 날 넘어설 테고, 이미 최고를 향하고 있어. 파이팅!

화성|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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