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레알이 승리해서, 슬프다 맨유가 탈락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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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UEFA 챔스리그 16강 2차전 결승골로 친정팀에 비수

‘집에 온 것을 환영해요. 호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이하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이하 레알)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열린 6일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퍼드. 맨유의 홈구장인 이곳 관중석에 있던 한 꼬마 팬은 레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사진)를 환영한다는 피켓을 들었다. 맨유 팬인 이 꼬마는 ‘우리는 호날두가 (맨유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오늘은 골을 넣지 마세요’라는 애교 넘치는 문구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2003년부터 맨유에서 뛰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회) 등을 이끈 호날두는 2009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레알로 이적했다. 그러나 맨유 팬들의 ‘호날두 사랑’은 여전하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올드트래퍼드를 누비던 호날두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많은 팬들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호날두 맨유 복귀설’이 사실이기를 바라고 있다.

호날두는 이날 레알 이적 후 처음으로 ‘적’이 되어 올드트래퍼드를 방문했다. 팬들은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났을 때 호날두는 맨유 팬들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존재가 됐다. 맨유를 격침시킨 골의 주인공이 그였기 때문이다.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24분. 호날두는 동료의 크로스를 몸을 날리며 발로 밀어 넣어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던 맨유는 루이스 나니(후반 11분)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2-1로 이긴 레알은 1, 2차전 합계 3-2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랐다. 호날두는 골을 성공시킨 뒤에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팀 동료들과 포옹을 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자기 진영으로 걸어갔다. 자신을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 친정 팀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이다.

호날두는 경기 후 “이상한 기분이 든다. 레알이 승리해 기쁘지만, 맨유가 탈락한 것이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40)는 이날 선발로 출전해 성인 무대 통산 10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크리스티아누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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