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손님들께 판타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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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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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총연출 맡은 이병우 감독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전 세계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한국이 준비한 판타지를 전달하고 싶다. 같은 장면을 봐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동은 다르겠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 감독이 만드는 ‘종합무대’는 어떤 모습일까.

29일 오후 6시 강원 평창군 용평돔에서 열리는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의 총연출은 이병우 감독(48·사진)이 맡았다. 그는 1980년대 중후반 조동익과 함께 낸 앨범 ‘어떤 날’ 1, 2집을 통해 한국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 뒤 자신의 기타 음반 작업과 함께 영화음악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영화 ‘왕의 남자’ ‘해운대’ ‘장화, 홍련’ ‘괴물’ ‘마더’ ‘스캔들’ 등 수많은 흥행 작품은 그의 음악이 있었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이 감독은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적장애인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체험했다. 내 별명이 ‘판타지’일 정도로 평소 공상을 많이 한다. 그런 체험과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판타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미리 공개한 개막식 주요 콘셉트는 결혼과 출산. 개막식은 대회에 참가한 111개국 선수단이 한국의 신랑·신부와 함께 입장하면서 시작된다. 결혼 축하 음악이 울려 퍼지면 용평돔은 거대한 결혼식장이 되고, 4000여 명의 관객은 하객이 된다. 개막 선언과 축사 등 공식 일정이 진행될 때도 공연은 이어진다. 연설 중 한쪽에서 심장 박동 소리가 흘러나오는 식이다.

아기가 태어나는 울음소리가 용평돔에 울려 퍼지면서 본격적인 축하공연은 시작된다. 태어난 아기는 사람이 아닌 ‘스노맨’. 주위의 친구들과는 다르다. 놀 때도 친구들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힘든 일도 많이 겪는다. 하지만 우연히 찾은 얼음 위에서는 누구보다 자연스럽다. 이 스노맨이 바로 지적장애인이다. 이 감독은 “한국적인 것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건 아니다. ‘이게 어느 나라 색깔인가’ 궁금할 것이다. 상상하는 모든 빛깔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바로 판타지”라고 말했다.

공연 중 나오는 영화음악은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 영화 ‘스캔들’ ‘해운대’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의 배경음악은 물론이고 이 감독이 만든 광고음악까지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준비돼 있다. 이 감독은 “공연에 쓰일 음악 전부를 창작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다. 재능 기부와 음악 재활용 차원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웃었다. 음악 거장이 만드는 특별한 개막식은 KBS1 TV로 생중계된다.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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