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윤희상(27·사진)은 가끔씩 팀 후배인 김광현(24)이 어렵게 느껴졌다고 했다. 불현듯 ‘난 그저 그런 야구 선수지만 광현이는 이름만으로도 매력적인 스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단다. 그럴 만했다. 윤희상은 2004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주로 2군에 머물렀지만 김광현은 2008년부터 팀의 간판스타였기 때문이다. 윤희상의 수줍은 성격도 한몫했다.
이제 그는 더이상 김광현을 어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제 김광현에게 버금가는 팀의 핵심 전력이 됐기 때문이다. 윤희상은 올해 연봉(4500만 원)에서 8500만 원 인상된 1억3000만 원에 14일 재계약했다. 인상률은 189%로 2009년 김광현이 기록한 225%(4000만 원→1억3000만 원)에 이어 팀 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올 시즌 유일하게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꼬박 지키며 10승(9패)을 거둔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희상은 “구단이 처음부터 생각보다 높은 연봉을 불러줘서 바로 사인했다. 이리저리 재고 따지면서 오래 끌기 싫었는데 잘됐다”며 웃었다.
윤희상은 이번 겨울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팀의 ‘대표 선수’로 주요 행사에 불려 다닌다. 2일엔 올스타급 멤버가 뛴 자선 야구대회에 이름을 올렸다. 14일 열린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에선 팀을 대표해 시상을 했다. 예전엔 꿈도 못 꾸었을 일이다.
그러면서도 주변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엔 모교인 선린인터넷고를 찾아 후배들을 가르친다. ‘억대 연봉자’가 됐지만 선수 시절부터 옆을 지켜준 한 살 연상의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다. 그는 요즘 2013년 1월에 간호사 시험을 치는 여자친구를 돕기 바쁘다.
내년에는 윤희상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현은 어깨 재활에 돌입해 내년 시즌 초반까진 뛸 수 없다. 게다가 SK가 새로 영입한 슬래튼은 군에 입대하는 정우람의 공백을 메우는 마무리 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SK 선발 원투펀치로는 윤희상과 새 외국인 투수 세든이 유력하다. 윤희상은 “내가 에이스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 내년에는 올해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서 10승과 150이닝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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