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혼혈 파이터 벤슨 헨더슨(29·미국)이 종합격투기의 최고 무대인 UFC 챔피언 타이틀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헨더슨은 9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UFC 라이트급 타이틀 2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네이트 디아즈(27·미국)를 사정없이 몰아붙여 심판 전원 일치로 3-0의 판정승을 거뒀다. 2월 프랭키 에드거(미국)를 꺾고 챔피언이 된 헨더슨은 6연승을 달리면서 종합격투기 전적 18승 2패를 기록했다.
헨더슨은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깨와 옆구리, 팔뚝에 한글 문신을 새길 만큼 어머니 나라에 대한 애착이 크다. 김치를 잘 먹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김치 파이터’로 불린다. 이날도 경기장에 들어설 때 태극기를 내세웠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아즈가 우세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헨더슨은 유효 펀치 수에서 124-30으로 앞섰을 만큼 경기 내내 디아즈를 압도했다. 5분 5라운드 경기 중 초반인 2라운드에 이미 디아즈의 눈두덩은 깊게 파였다. 헨더슨은 디아즈의 하체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강한 왼발 로킥으로 디아즈의 중심을 흔든 뒤 오른손 훅을 날리는 전술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상대의 하체가 약하다는 걸 간파한 헨더슨은 선 채로 디아즈의 허벅지에 펀치를 날리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헨더슨은 승리 소감을 말하면서 “내 주위에는 암 투병 중인 사람도 있고 최근 사고로 아들을 잃은 경우도 있다. 오늘의 승리는 인생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주위에는 안타까운 사람이 많다. 이들을 위로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헨더슨은 평소 배려심이 깊고 예의 바른 태도로 ‘스무드(smooth)’란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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