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PS읽기] 엄정욱 카드 실패…박희수 왜 아꼈을까

PO 2차전 승부를 가른 결정적 공. SK 정우람(왼쪽 끝)이 17일 PO 2차전에서 4-4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만루 볼카운트 3B-1S서 롯데 정훈에게 다시 볼이 되는 낮은 공을 던져 결국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허용하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10회초 전준우 사구·정훈 밀어내기로 득점
SK 6회 조인성 홈서 아웃 두고두고 아쉬워

SK가 1회 최정의 선제 2점홈런을 앞세워 1차전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는 듯했다. 특히 롯데가 6회 정대현 카드를 내는 강수를 뒀음에도 조인성의 2타점 2루타가 터져 SK가 2차전마저 손쉽게 잡는 듯했다. 그러나 2차전을 내주면 사실상 플레이오프를 내줄 위기에 처한 롯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야구는 모른다.

-1회말 최정의 2점홈런으로 SK가 어제(16일)에 이어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1루주자 박재상이 볼카운트 1B-1S서 2루 도루 스타트를 끊었지만 파울이 났다. 배터리는 이때 주자의 도루도 의식했을 것이다. 주자도 견제하고 타자도 잡으려고, 두 가지를 다 생각하면서 최정에게 던진 공이 나쁜 수가 됐다. 볼 카운트에 따라서 주자를 견제할 것인지, 타자와 승부를 할 것인지 정하고 운영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데이터 상황을 보면 주자 1루에서 의외의 장타가 많다.”

-2회초 롯데는 홍성흔의 솔로홈런으로 따라붙었다.

“홍성흔에게 SK 배터리가 3B-2S서 슬라이더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풀카운트까지 가기 전에 홍성흔은 선발 윤희상의 직구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변화구를 던지다 장타를 맞았다. 볼 배합 미스다. 물론 볼도 가운데 몰렸지만, 직구 타이밍이 늦는 상황에서 변화구는 자연스럽게 타자의 스윙 타이밍에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6회말 SK는 2점을 추가하며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다.

“최정의 안타 이후 도루 시도 때 포수 강민호의 송구가 빠르고 정확했다. 2루수 박준서의 태그 미스로 무사 2루가 됐다. 이런 평범한 미스가 결국 마무리 정대현을 일찍 올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롯데 벤치는 여기가 게임의 중요 승부처라 생각하고, 정대현 카드를 과감하게 썼지만 귀중한 카드 한 장을 버린 결과가 나왔다. 7회 동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SK로선 6회말 2점 추가 후 대타 모창민의 안타 때 발 느린 2루주자 조인성이 홈에서 아웃된 것이 아쉬웠는데. 이럴 때 과감한 대주자 기용도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포수는 다른 야수와 달리 투수와의 호흡이나 리드 등과도 관련이 있어 감독이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3점의 여유가 있어서 더욱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7회초에 롯데는 3점을 따라붙으며 저력을 보여줬다.

“전준우의 내야안타와 황재균의 유격수 실책으로 주자 1·2루가 됐다. 박진만을 대신해 투입된 유격수 최윤석의 에러가 동점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SK는 7회 승리를 위한 불펜투입 순서에 따라 엄정욱을 냈지만, 결과가 나빴다. 결국 실점 이후 박희수로 교체됐다. 남은 3이닝을 컨디션이 좋은 박희수와 정우람에게 맡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일(18일)이 이동일인 점을 생각한다면, 두 명의 불펜 에이스에게 3이닝을 맡겨도 문제될 상황은 아니었다. 더욱이 엄정욱은 1차전에서도 첫 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몰리는 상황을 만드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