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는 내 운명”… 늦깎이 파이터 임현규 7년 열애끝 꿈의 UFC 첫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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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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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카오서 메이저경기 데뷔

“문신 말고 몸매를 봐 주세요.” 187cm의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역삼각형의 상체, 그리고 초콜릿 복근까지. 종합격투기 UFC에 진출한 임현규의 몸매는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 그런데 눈길은 배꼽 밑에 새겨진 문신에 자꾸 쏠린다. 절친한 친구인 ‘황소’ 양동이와 의기투합해 같은 날 같은 문신을 새겼다. ‘MACHO(마초)’라고 새겨져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문신 말고 몸매를 봐 주세요.” 187cm의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역삼각형의 상체, 그리고 초콜릿 복근까지. 종합격투기 UFC에 진출한 임현규의 몸매는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 그런데 눈길은 배꼽 밑에 새겨진 문신에 자꾸 쏠린다. 절친한 친구인 ‘황소’ 양동이와 의기투합해 같은 날 같은 문신을 새겼다. ‘MACHO(마초)’라고 새겨져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경찰관이 되고 싶었다. 경찰관이 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의무경찰에 지원해 복무했다.

제대를 앞둔 어느 날, 누군가가 틀어놓은 병영생활관(내무반) TV에서 격투기 중계를 봤다. ‘재미있겠는데….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운동이라고는 초등학교 때 탕수육을 실컷 먹게 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가입했던 축구부에서 공을 찬 것과 취미 삼아 복싱체육관을 다니다 말다 했던 게 전부였다. 2005년 제대 후 집 근처 격투기체육관으로 갔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체육관이었다. 하지만 평소 꿈꿔왔던 경찰관에서 프로격투기 선수로 희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의 나이 스무 살 때다.

지난달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격인 UFC에 진출한 임현규(27·코리안탑팀)는 의무경찰 복무를 마치고 뒤늦게 격투기에 입문한 늦깎이 파이터다. 7년 전 체육관을 찾을 때만 해도 딱히 프로파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빌딩 보안요원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내 운동을 했다. 연습도 선수부가 아닌 일반 관원부에서 했다. 그러다 예사롭지 않은 그의 ‘떡대(몸집)’를 눈여겨본 체육관 하동진 관장(코리안탑팀 감독)의 권유로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하 감독은 정찬성 양동이를 조련한 UFC 파이터 제조기다.

키가 187cm인 임현규는 웰터급(77kg)치고는 장신이다. 특히 팔이 길어 주특기인 타격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그의 윙스팬(양팔을 좌우로 벌렸을 때 왼손 끝에서 오른손 끝까지의 길이)은 200cm나 된다. 키 190cm 이상의 파이터들도 윙스팬이 200cm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하 감독은 “아시아권에서는 보기 드문 몸매였다. 잘 다듬으면 제대로 된 물건 하나 나오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7년 전을 떠올렸다. 하 감독은 팀의 ‘에이스’란 칭호를 정찬성도 양동이도 아닌 임현규에게 붙여줬다.

임현규는 종합격투기 입문 석 달 만인 2006년 2월 스피릿MC에 출전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이후 통산 10승 1무 3패를 기록하고 있다. 10승 중 판정승은 딱 한 번뿐일 정도로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연승을 달린 최근 다섯 경기를 모두 1라운드에 끝냈을 만큼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 7월에는 괌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PXC에서 체급 챔피언에도 올랐다. 그는 지난해 PXC와 계약하면서 ‘UFC 진출이 성사되면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만큼 UFC 진출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팀 동료인 양동이가 2010년 10월 UFC 데뷔전을 치를 때 스파링 파트너로 미국에 함께 갔다. 당시 임현규의 스파링을 본 외국 선수들이 “충분히 통할 것 같은데 저 선수는 왜 UFC에서 안 뛰느냐”고 하 감독에게 묻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달 임현규는 UFC와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을 집에서 쉬고 있다가 들었다. “PXC 챔피언 벨트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감독님 전화를 받았어요.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죠.” 11월 10일 마카오에서 마르셀로 구이마라에스(브라질·8승 1무)와의 UFC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그는 “기대도 되고 설레는 마음도 있다. 긴장을 좀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걱정이다”며 여유를 보였다. “별 생각 없이 시작한 격투기이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뭔가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UFC#격투기#임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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