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日에 웬 사과공문…축구협에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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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7시 00분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올림픽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런던올림픽과 관련한 뒷얘기를 풀어놨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올림픽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런던올림픽과 관련한 뒷얘기를 풀어놨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날세운 홍명보 감독 작심발언

박종우는 자격 충분한 동메달리스트!
체육회의 만찬 불참 지시에 크게 실망
내가 그 자리 부른 것은 해야만했던 일
日에 보낸 공문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A대표팀? 최 감독님 잘하고 계신데…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역시 제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홍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런던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초반 박종우(부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홍 감독은 단호하게 답했다. 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홍 감독, 제자에게 손 내밀다

협회가 11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메달시상식, 12일 귀국 인터뷰에 이어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도 박종우를 참가시키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알아서 기는’ 저자세 외교로 큰 실망을 안겼던 협회와 체육회는 또 한 번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홍 감독은 “박종우는 충분히 자격 있는 동메달리스트다”고 말문을 열었다.

작정한 듯 수위를 높였다. “행정적 문제에는 체육회나 협회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종우를 환영행사나 만찬에 참석시킬 수 없다는 체육회의 결정을 들었을 때 실망했다. 만찬 전날 저녁 박종우에게 전화를 걸어 꼭 참석하라고 했다. 감독으로서 박종우한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다.”

체육회는 동메달시상식 직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박종우의 세리머니 참가 자제 권고 요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확한 규정이나 조항도 따져보지 않은 채 순순히 받아들였음이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긴급현안 보고에서 밝혀졌다. 당시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IOC의) 아무 근거 없는 것에 (메달을) 안 줄까봐 지레 겁먹고, 도대체 국적이 어디요”라며 박용성 체육회장과 조중연 축구협회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협회는 1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박종우를 노출시키지 않았다 “괜히 인터뷰해서 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만약 홍 감독이 박종우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13일 만찬 때도 박종우는 동료들과 떨어져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협회나 체육회 수장, 고위 관계자들이 모든 것을 선수의 실수와 책임으로 돌려놓고 사태를 해결하려 했을 때 홍 감독은 제자에게 ‘너는 잘못이 없다’며 손을 내밀었다.

○협회가 일본에 보낸 공문 아쉬워

홍 감독은 협회가 일본에 섣불리 공문을 보낸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협회는 13일 조 회장의 명의로 일본축구협회에 ‘올림픽 축구 경기 직후 비스포츠적인 축하 행동’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다음날 일본 언론을 통해 ‘사죄’ 수준의 내용이 알려지자 협회는 ‘일본 언론의 오보’라고 펄쩍 뛰었다.

협회의 해명은 거짓이었다.

공문 원본에는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공식 경기에 나서는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하겠다’ 등 사실상 사죄의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홍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축구 관계는 경기를 떠나 좋게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 참가 과정에서 J리그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런 공문은 신중하게, 정확하게 판단했어야 하지 않나. 꼭 그걸 일본에 먼저 보냈어야 하는지, 나도 모든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홍 감독은 앞으로 거취에 대해 “자연인으로 돌아가 내 생활을 가지려 하는데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에너지, 경험, 지식이 소진된 상태다. 남은 기간 재충전을 해야 될 것 같다. 재단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 등 내 손이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 대학원 박사과정 논문도 준비하겠다. 그동안 못 했던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A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최강희 감독님이 잘 하고 있는데 A대표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딱 잘랐다.

박종우 “이렇게 큰 파장 미처 생각못해”

한편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 29라운드 경남과 경기에 나선 박종우(부산)는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다 말하겠다. 지금은 좀…. 생각 없이 받은 종이 한 장이 이렇게 큰 파장을 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나중에 시상식 못 간다는 말을 듣고 ‘잘못했다’ 싶었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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