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류현진은 여전히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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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0일 07시 00분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스포츠동아DB
타선부진…QS 15회중 10경기 승 못챙겨
일부선 “위기능력 떨어지고 타자 자신감”
김기태 “여전히 최고…ML행 1호 수출품”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130이닝을 던졌다. 탈삼진 153개를 잡아냈고 방어율은 3.25다. 그러나 승수는 단 5승. 패수(7패)보다 적다. 직전 등판이던 17일 대전 LG전에서도 7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후반기 초반까지만 해도 10승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한화 류현진(25)도 이제는 체념한 듯 이렇게 말한다. “10승? 못 하면 할 수 없지.”

○류현진은 불쌍하다?

“나 지금 5승이야. 불쌍하지도 않아?” 류현진은 17일 경기를 앞두고 LG 이진영에게 농담처럼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이 한 마디는 단숨에 화제가 됐다. 류현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다. 20경기 중 타선 지원을 2점도 받지 못한 경기가 총 10번. 1득점 6경기, 무득점 4경기다. 또 퀄리티스타트(QS) 15회 중 10경기에서 승수를 못 챙기거나 패전을 안았다. 똑같이 15경기 QS에 성공한 니퍼트(두산·10승)나 유먼(롯데·10승)과 비교하면 더 처참하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19일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류현진을 바라보며 “그러게 점수를 왜 줘? 이제 무조건 무실점으로 막으라고 해야 하나”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류현진은 안 불쌍하다?

물론 ‘불운만은 아니다’라는 시각도 있다.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던 류현진의 위력이 확실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17일 등판을 중계한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못 친다’ 하는 것과 ‘한 번 쳐볼까’ 하는 것은 결과가 천지차이”라며 “위기관리능력이 이전만 못하다. 선취점을 내주거나 팀의 득점 후 곧바로 실점을 허용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류현진에게 드리운 ‘불운의 그림자’ 역시 반대급부로 상대 투수들에게 힘을 준다. LG의 한 투수는 “류현진이 나오면 한화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낸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고, LG의 한 타자 역시 “류현진에게도 3점 정도는 뽑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류현진은 ‘류현진’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단순히 ‘승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투수다. LG 김기태 감독이 “컨디션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변함없이 최고”라고 칭찬할 정도다. 이 위원은 “데뷔 후 6년간, 그것도 약팀에서 수많은 스트레스를 견뎌가며 엄청난 공을 던졌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선수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벅찰 때가 오기 마련”이라며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에 내보낼 최초의 ‘수출품’이다. 올해 성적보다 더 큰 미래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숫자에 불과한 10승과 눈앞의 불운에 흔들려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누가 뭐래도 류현진은 여전히 ‘류현진’이기 때문이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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