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cm 퍼팅, 돌아나온 30만 달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김인경 18번홀 실수로 우승 놓쳐…
인간의 방심인가 신의 선택인가, 메이저골프 잔혹사

캐디 존 리만티가 18번홀 파 퍼트에 실패한 김인경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캐디 존 리만티가 18번홀 파 퍼트에 실패한 김인경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김인경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우승상금 30만 달러)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한 뒤 눈물을 꾹 참다 어머니를 보자 울음을 쏟았다. 김인경은 30cm 파 퍼트를 놓친 데 대해 “바로 보고 쳤는데 살짝 오른쪽으로 흐르면서 돌고 나왔다. 볼 마크를 했는데 그냥 칠 걸 그랬다”고 말했다. 김인경의 아버지 김철진 씨는 “브레이크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짧은 거리였는데 그럴 줄 몰랐다. 가볍게 밀어줬어야 하는데 때린 게 화근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희경(하이트) 역시 12번홀까지 버디만 5개 하며 3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15∼18번홀 갑작스러운 티샷 난조 속에 4연속 보기로 무너져 역시 첫 메이저 트로피의 희망이 깨졌다. 서희경은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도 최종일 16번홀까지 2타 차 단독 선두였다 17번홀에서 OK 거리의 파 퍼트를 실패하면서 유소연에게 동타를 허용하더니 연장 패배를 떠안았다.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는 이처럼 잔혹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의 꿈을 부풀렸던 선수들이 어이없이 무너진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장 방드 벨드는 1999년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17번홀까지 3타 차 선두였다. 18번홀에서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이었으나 트리플 보기로 연장을 허용한 끝에 패해 골프 불명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989년 마스터스 최종일 60cm 퍼트를 놓친 스콧 호크, 1970년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날 90cm 퍼트를 실패한 더그 샌더스 등의 사례도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은 트로피를 향한 부담감과 조급증으로 평정심을 잃은 탓이다. 지난주 KIA클래식에서 청야니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유선영은 이날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마음을 비우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게다가 유선영은 자신의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을 2010년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거뒀을 정도로 강한 배포를 지녔다. 혈액형이 AB형인 유선영은 낯가림이 심한 편이지만 한번 친해지면 개그맨으로 불릴 만큼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살갑게 대해 박지은, 한희원 등 선배 프로들과 친하게 지낸다.

반면 김인경은 LPGA투어에서 치른 3차례 연장전을 모두 패했다.

대회를 마친 뒤 유선영은 한희원과 차로 2시간 거리인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우승 뒤풀이를 가졌다. 역시 같은 거리 떨어진 샌디에이고 집으로 떠난 김인경은 “주위에서 위로 문자를 많이 받았다.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인경#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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