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는 몰라보게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오릭스 이대호는 한국에 있을 때 많은 선수들 사이에 있어도 금세 눈에 띄었다. 큰 체격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달랐다. 30일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훈련하는 이대호를 찾기 위해 선수들의 등번호를 확인해야 했다. 이대호의 통역 정창용 씨는 “지금 125kg 정도인데 본인에게 딱 좋은 것 같다. 몸 관리를 잘했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전날 훈련을 마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타격 3관왕을 해볼까요”라는 말을 꺼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2010년 한국에서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달성했던 그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였다. 이대호는 또 “오랫동안 기다렸다. 개막전을 대비해 몸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한결 나은 타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이대호가 무엇보다 중점을 둔 것은 바로 타점이다. 4번 타자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그는 “타점이 먼저다. 하지만 필요할 때 홈런도 보여주고 싶다”며 욕심을 내비쳤다.
이날 이대호는 경기 전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다. 가끔 자신을 향해 몰려 있는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보이기도 했지만 배팅 훈련 때 마음먹은 대로 타구가 뻗어가지 않자 “아!” 하며 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결국 일본 데뷔전에서 기다리던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이대호는 팀의 유일한 타점을 올리며 무난하게 출발했다. 오릭스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 나카무라 준 씨는 “이승엽도 성격이 좋았지만 이대호는 훨씬 더 붙임성이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이런저런 몸짓까지 동원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누구보다 빨리 일본 팀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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