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이동국 117골 K리그 최다골… 살아있는 전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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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축구실록’… 그가 쏠 때마다 역사가 바뀐다

‘라이언 킹’ 이동국(33·전북)이 앞으로 K리그에서 넣게 될 모든 골은 새로운 역사가 된다.

이동국은 3일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K리그 개막전에서 전반에만 두 골(13, 18분)을 몰아쳐 역대 최다 골 기록(117골)을 세웠다. 우성용 인천 코치가 가지고 있던 종전 역대 최다 골 기록(116골)을 넘어선 것이다. 그는 최근 재발탁된 대표팀에서도 2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대표팀에서의 분위기를 K리그에서 이어가고 싶다”던 자신의 말대로 프로무대에서도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다.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이동국은 왼쪽 팔에 부착된 K리그 엠블럼에 키스를 하며 대기록 작성을 자축했다. 그는 “시즌이 시작할 때 매 경기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올 시즌 44골이 목표다”라고 기록 작성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동국의 축구인생에 있어서 K리그는 ‘기쁨과 좌절’의 무대다. 데뷔 첫해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그는 K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인기는 독이 됐다. K리그에서 부진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게으르다’는 평가와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쓴맛을 봤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K리그 경기 중 십자인대가 끊어져 TV로 월드컵을 봐야 했다.

2007년 재도약을 다짐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진출했지만 적응에 실패해 1년 만에 성남으로 돌아왔다. 2008년 성남에서 2골을 넣은 데 그친 그에게 “한물갔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는 K리그를 통해 다시 부활했다. 2009년 당시 전북 사령탑이던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이 팀의 중심이다”며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이동국은 최 감독 밑에서 두 차례 K리그 최우수선수(2009, 2011년)에 올랐다. 그가 넣은 117골 가운데 53골이 전북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골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본 최 감독은 “기록을 의식하면 경기력이 나빠질 수 있는데 빨리 기록을 달성해 다행이다. 이동국은 2009년보다 2012년이 더 전성기인 것 같다”고 말하며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맹활약 중인 애제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동국을 기다리는 또 다른 기록이 있다. 바로 K리그 50-50클럽(50득점, 50도움 이상) 가입이다. 4일 현재 117골-47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이동국은 팀 동료 에닝요(63득점, 45도움)와 함께 역대 5번째 50-50클럽 가입을 향해 경쟁 중이다. 그가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올 시즌 또 하나의 기록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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